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동화처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로 김학범(58) 감독과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선수 시절 무명에 가까웠던 김학범(58)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3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자마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유임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다. 올해 2월 아시안게임 감독으로 선임될 때부터 올림픽까지 맡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아시안게임 성공으로 탄탄대로가 열렸다.
프로축구 연감을 보면, 김학범 감독의 선수 시절 경력은 초라하다. 1984년 국민은행 선수로 13경기(1득점, 9파울)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당시는 국민은행이 프로에 일시적으로 합류했을 때여서 한줄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이후 1992년 선수 은퇴 뒤 은행에 근무하기도 한 그는 축구계의 변방이었다.
프로축구 감독의 자리는 국가대표 스타 출신들이 많이 차지한다. 선수 때 쌓은 명성은 지도자로 출발할 때 엄청난 자산이 된다. 스타 선수 출신의 지도자는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기가 유리한 장점이 있다.
출발선에서 뒤진 김학범 감독은 실전 능력과 학업(박사학위 보유)으로 약점을 보완했다. 경기를 앞두고는 항상 “상대팀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라는 말을 잘 하는데, 코치 시절부터 영상 분석에서는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노력파다. 2006년 성남 일화 감독 시절 K리그 우승으로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성남 일화를 비롯해 강원FC나 시민구단 성남FC, 지난해 광주FC까지 자신이 맡았던 팀이 2부 리그 강등으로 몰리면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초반 조직력 부재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다”며 늘 벼랑 끝에서 싸우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고, 이번에 지도력을 평가받게 됐다.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맹활약한 황의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1m84의 장신 공격수 황의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펄펄 날았다. 7경기 9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른 그의 결정력은 팀 우승의 발판이었다. 과거 A대표팀에서는 워낙 공격수 경쟁이 치열했고, 장신 싸움에서도 해외파인 석현준(27·랭스)이나 확실한 조커 김신욱(30·전북)에 밀렸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통해 위상을 끌어 올렸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때는 2014~2016년 성남FC를 지도했던 김학범 감독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인맥논란’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병역문제까지 해결해 유럽 진출의 길을 열었다. 한층 성장한 그는 3일 귀국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황선홍 선배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호출로 4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소집돼 7일 코스타리카(고양), 11일 칠레 평가전(수원) 준비에 들어간다.
이슬기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감독은 선수의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포지션을 잘 정해야 하고 자발성을 끌어내야 한다.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은 사례”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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