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지난 6일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광주FC 경기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홍염 축구(홍명보의 불꽃 축구)’가 K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홍명보(52)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울산 현대는 K리그 개막 3경기에서 9골을 몰아넣으며 3연승을 달리고 있다. 11일 현재 승점 9점을 기록해, 나란히 승점 7점을 따낸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홍명보 감독이 있다. 그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다. 1992년 포항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프로팀과 국가대표팀 수비수로 맹활약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은 그의 최고 무대였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그는 절친 황선홍과 함께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4강 신화를 썼다. 지도자로서 출발도 좋았다. 대한민국 축구의 올림픽 도전사 중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긴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아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그에게 혹독한 시련 또한 안겼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해 축구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올 시즌 K리그에 감독으로 복귀한 그는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그는 공격 축구를 들고 나왔다. 울산 현대 팬들도 그의 감독 부임 소식에 ‘홍염 축구를 기대하겠다’며 공격 축구를 주문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시즌 초반 홍염 축구는 빛을 발하고 있다. 울산은 지난 9일 인천 유나이티드를 3-1로 꺾고 개막 이후 3연승을 달렸다. 울산의 개막 3연승은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울산은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올랐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전북 현대에 밀려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 시즌 홍 감독을 영입해 16년 만의 리그 정상을 노린다.
13일(오후 4시30분)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 경기는 울산 상승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경기다. 울산이 승점 6점으로 4위를 달리는 포항까지 잡으면 4연승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 포항 스틸러스를 이끄는 김기동 감독은 포항 팬들 사이에서는 홍 감독 버금가는 레전드로 통한다. 2019년부터 포항 사령탑을 맡은 그는 매 시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왔다. 지난 시즌 상대 전적에서 울산은 포항에 2승1무1패로 앞선다. 하지만 우승 경쟁이 치열하던 시즌 막판 마지막 맞대결에서 포항에 0-4로 완패하는 바람에 우승컵을 전북 현대에 내줬다. 따라서 13일 맞대결은 울산으로서는 설욕전인 셈이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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