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윤빛가람(오른쪽)이 16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제주 강윤성의 슛을 방해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홍명보호의 황태자’ 윤빛가람(31)이 ‘벤투호’에서도 빛날 수 있을까.
윤빛가람(울산 현대)은 오는 25일 오후 7시20분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A매치 평가전에 나설 ‘벤투호’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파 공격수가 대거 빠진 상황이라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그의 활약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윤빛가람은 현재 국내·외 리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 4골3도움을 기록, 울산 현대의 우승을 이끌면서 대회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올시즌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공격에 더 무게를 둔 ‘중원의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시즌 개막전 강원FC와의 경기에서 그림같은 오른발 프리킥을 성공시켜 경기장을 찾은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윤빛가람은 천부적인 패스 감각과 프리킥 능력으로 일찌감치 한국 축구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2007년 17살 이하 월드컵에서 혜성같이 등장했으나 부침이 있었던 그는 2010년 당시 경남을 맡았던 조광래 감독 아래서 부활해 A매치에도 데뷔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표팀에선 잘 풀리지 않았다. 2016년 ‘슈틸리케호’에 승선해 출전한 체코와의 평가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슈틸리케호는 중핵인 기성용이 빠졌을 때 가동할 플랜B의 주역으로 윤빛가람을 선택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장기인 프리킥골을 포함해 1골1도움으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윤빛가람을 공격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우영과 주세종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렸다. 윤빛가람은 감독의 전술을 100% 소화해냈지만, 슈틸리케의 평가는 냉혹했다. 윤빛가람은 후반 17분 교체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볼 배급 부분에선 개선이 필요하다. 상대방과의 강한 피지컬 대결도 해줘야 한다”고 채찍을 들었다. 윤빛가람은 그 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한일전은 윤빛가람에게 중요한 기회다. 그는 이강인(발렌시아), 남태희(알 사드)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게 되면 5년 만에 다시 달게 된 태극마크가 더 친숙해질 수 있다. 윤빛가람은 1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다. 한일전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 부족한 면을 보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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