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참패를 당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호의 ‘한일전 참패’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사과까지 했지만 비난 여론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 회장은 지난 26일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어제(25일) 열린 대표팀 한일전 패배에 실망하신 축구 팬, 축구인, 국민 여러분께 축구협회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축구협회장이 개별 경기 결과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사과문은 오히려 축구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사과문 내용 가운데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의 심기를 의식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벤투 감독에게만 비난이 쏠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최상의 상태로 경기를 치르도록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한 협회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했다.
문제는 한일전을 앞두고 축구협회의 준비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는데도 축구협회가 한일전을 강행한 데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표팀 주축인 국외파 선수들이 합류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벤투 감독은 K리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대체 선수들을 제대로 선발하지 못했다. 수비수 홍철(울산 현대) 선발 논란이 대표적이다. 홍철은 소속팀에서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대표팀 선발을 반대했다. 홍명보 감독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벤투 감독에게 소통하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홍철을 주전으로 기용했고 일본은 이런 약점을 잘 활용했다. 이는 한일전을 단순한 연습경기로 생각한 벤투 감독을 협회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이강인(발렌시아)의 ‘제로톱’ 전술도 벤투 감독의 ‘소통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의조(보르도)를 대체할 최전방 공격수를 K리그에서 발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국외파로 ‘돌려막기’ 하려는 안일한 태도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또 일본의 강한 압박에 수비수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데도 고집스럽게 ‘빌드업’ 전술을 구사해 지도력에 의문을 갖게 하였다.
지난 26일 귀국한 벤투호는 곧바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이강인,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국외파 선수들은 일본에서 곧장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대표팀은 4월2일까지 격리 기간 동안에도 훈련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벤투호는 오는 6월3일부터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 나선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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