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팬들이 보기에는 ‘무리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축구 선수들은 항상 리스크를 가지고 경기를 한다. 그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제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월드컵이 시작됐다. 검은색 안면 마스크와 함께.

손흥민은 16일(현지시각) 오전 보호 마스크를 쓴 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훈련을 일부 소화했다. 훈련 전 단체사진 촬영을 마친 손흥민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동료들과 5대2 볼돌리기(론도)를 하며 몸을 풀었다. 이강인(마요르카), 황의조(올림피아코스), 권창훈(김천), 김태환(울산), 손준호(산둥 타이산) 등이 손흥민과 짝을 이뤘다.

이후 손흥민은 단체 러닝과 스트레칭을 함께했다. 아직은 착용감이 낯선 듯 러닝 중 마스크 안쪽 땀을 훔치거나 연신 착용 부위를 매만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감각을 다시 찾으려는 듯 공을 세게 차보기도 했다. 약 20분 동안 워밍업을 한 손흥민은 이후 대열에서 빠져 개인 회복 훈련을 했다. 햄스트링 쪽에 불편감이 있었던 김진수(전북),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손흥민과 같이 열외됐다. 

훈련 뒤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카타르 오기 전부터 영국에서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날씨 때문에 조금 느낌이 달랐다”라고 했다. 오전부터 체감 온도 30도를 넘는 땡볕 탓에 새로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손흥민은 “카본 재질이고 엄청 가볍고 단단하다”라며 “여유분도 가져왔고 부러질 일도 없다. 만약 부러진다면 제 얼굴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몸 상태에 대해서는 자신하면서도 신중했다. 그는 “전전날 소속팀에서 훈련할 때 스프린트까지 진행했는데 크게 문제는 없었다. 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면서도 “아직 수술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아서 헤더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전 투입 가능성을 묻자 “제가 의사도 아닌 터라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다. 매일매일 상황 지켜보면서 업데이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날 자정께 하마드국제공항을 통해 카타르에 들어왔다. 이달 초 소속팀에서 안면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뒤 영국 런던에서 휴식과 회복에 집중하다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손흥민의 왼쪽 눈가는 아직 부기가 빠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입국 10시간여 만에 마스크를 쓰고 훈련장에 선 손흥민은 “미래는 볼 수 없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제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서 특별한 월드컵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1%가 아니라 그보다 낮다고 해도 가능성만 있다면 그것만 보고 달려갈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도하/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