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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이겨낸 당신…내 남편이고 제이 아빠니까, 잘 해낼 거예요 [카타르 연서]

등록 :2022-11-23 09:00수정 :2022-11-23 09:36

대표팀 김진수에게 보내는 아내의 편지
2022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발탁된 김진수(오른쪽)와 그의 아내, 김정아 씨. 김정아 씨 제공
2022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발탁된 김진수(오른쪽)와 그의 아내, 김정아 씨. 김정아 씨 제공

사랑하는 우리 여보.

당신과 함께한 지도 어느덧 5년하고도 6개월이 흘렀네요.

운동선수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도 몰랐던 때, 그저 당신에게 맛있고 영양 있는 음식만 잘 차려주면 된다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곁에서 지켜본 운동선수로서의 당신의 삶은 정말 지독스럽고, 처절에 가까웠어요. 당신의 피나는 노력을 직접 곁에서 보았기에 감히 당신을 존경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네요.

돌이켜보면 정말 행복한 일도 많았고, 가슴 아프고 힘든 일들도 많았어요. 태어나서 처음 낯선 전주에 살게 되었지만 결혼 후 더 잘된 선수로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며 하던 일도 그만두고 내조에 매진하기로 마음먹었었지요. K리그 데뷔 첫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서 미뤄진 신혼여행에 가고 나서야 부상으로 가지 못했던 2014년 월드컵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다음 해 열리는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타오르는 의지와 함께요.

그렇게 우리는 진지하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2018년을 준비했고, 지난 과거의 아픔이 꼭 행복으로 채워지길 간절히 바랐죠. 하지만 월드컵을 3개월 남짓 앞두고, 3월24일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당신의 부상은 순식간에 찾아왔고, 그때 난 처음 겪어보는 당신의 부상 소식에 너무 놀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생애 첫 월드컵의 두 번째 기회를 3개월 남짓 앞두고 또다시 부상이라니…. 누구보다도 힘들었을 당신을 생각하며 일부러 담담한 척도 해봤어요.

부상을 안고도 월드컵 출전을 위해 참고 재활을 하던 어느 날, 출정식을 앞두고 당신은 나에게 전화를 했죠.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고, 지금은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하는 때이니 출정식이 끝날 때까지는 여기서 함께해줘야 할 것 같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누구보다 본인의 몸 상태를 잘 알았고, 이번에도 월드컵에 함께할 수 없음을 직감했을 당신의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 오지만 그때 당신은 제 앞에서 애써 미소 지었지요.

수술 뒤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통으로 깁스를 한 채로 러시아월드컵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죠. 대한민국이 첫 경기를 하게 된 날 아침. 당신은 마음이 너무 이상하다며 다급히 나를 불렀고, 그렇게 우린 부둥켜안고 한참을 펑펑 울었어요.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어느덧 자신의 아픔보다 동료들을 위해 마음 다해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아…. 이 사람은 정말 멋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본인은 다리 전체에 통 깁스를 하고서도, 누구 하나 행여나 다칠까 봐 마음 졸이고, 정말 진심으로 동료들을 응원하던 모습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있어요. 운동선수와 가족이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참 안타깝게도 부상이 왔을 때인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우린 더욱 단단해졌고, 당신은 정말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지요. 대표팀에 다시 승선했고, 사랑하는 우리 제이가 태어나면서 당신은 점점 더 책임감 있는 남편이자 선수로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2022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로 뽑힌 김진수와 그의 딸 김제이. 김정아 씨 제공
2022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로 뽑힌 김진수와 그의 딸 김제이. 김정아 씨 제공

당신이 사우디아라비아리그에 데뷔한 지 3개월 즈음, 국제 이사를 마치고 나와 제이가 당신 곁으로 간지 열흘째 되는 날이었어요. 부상은 또다시 예고 없이 찾아왔고, 응급수술을 위해 그날 밤 우린 한국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어요. 낯 선 환경에 돌치레를 하던 제이를 안고 당신은 휠체어를 타고 진통제 하나로 버티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아킬레스건 완전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주변에서 운동선수로서의 삶은 끝이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고, 그럴수록 당신과 나는 더욱 독해져야만 했어요. 이전 부상과는 정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 속의 재활을 지켜보면서 모든 상황이 원망스럽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남들이 뭐라 해도 듣지 마라, 나는 해낼 거야. 나는 당신의 남편이고, 제이 아빠야.”

당신이 그때 했던 말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요. 당신은 지금까지 늘 힘든 상황에서도 나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죠.

그토록 염원하던 월드컵에 한 번 더 도전하기 위해 한국에서 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을 때, 주저 없이 말했던 것 같아요. 당신도 월드컵 한 번은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저는 그저 당신이 더 나은 환경에서 마음 편히 운동하게 도와주는 것, 그게 금전적인 가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월드컵 해만 되면 몸이 위축되는 것 같다던 당신. 하지만, 올 시즌 당신은 그 누구보다 많이 뛰었고, 팀에 헌신했고, 열정을 보여주었어요.

경기를 뛰고 들어온 날은 온몸이 너무 아파 밤새 당신도 모르게 끙끙 앓으며 자는 모습을 보며 몰래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어요. 밖에서는 너무나 당당하고 힘든 내색조차 전혀 안 하는 당신이었지만, 사실 마음도 여리고 힘들었다는 것을 나는 알아요. 모든 부담을 스스로 이겨내 주었고, 정말 먼 길을 돌아 이제는 꿈의 무대가 눈앞에 다가왔네요. 오랫동안 간절하게 바라고 꿈꿔왔던 만큼 월드컵 무대에서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붓고 오길 바라요.

그리고 당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에게도 감사하며 살도록 해요 우리. 2전3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와준 당신에게 정말 고맙고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월드컵이 끝이 아니기에 잘 다녀와서 우리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도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우리 제이에게 정말 자랑스러운 아빠. 나에게도 당신은 최고의 남편이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축구선수에요. 고맙고 사랑해요. 화이팅!

김진수(30·전북 현대) 아내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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