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E조 1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새 역사를 만들겠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일본이 강호 독일을 꺾고 아시아 팀의 돌풍을 몰아쳤다. 전날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이긴 것처럼 일본이 독일을 침몰시켰다.
일본 축구대표팀은 23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E조 1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통산 독일과 맞대결에서 처음 승리를 거둬 1승2무2패를 기록했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처음 만나 1승을 거뒀다.
독일은 역대 네 차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팀이다. 피파 랭킹에서도 독일(11위)은 일본(24위)에 앞선다. 하지만 축구에서 숫자는 과거의 기록일 뿐이다. 일본은 26명 선수 가운데 19명이 유럽파인데, 이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8명의 선수 대부분이 투입돼 독일을 무너뜨렸다. 독일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에 지는 등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팀에 연속 2패를 당했다.
일본 축구는 2000년대 들어 각종 연령별, 지역별 국제 축구 무대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드필더를 통한 공격 전개, 좁은 공간에서의 패스 플레이, 위험지역 근처에서의 과감한 슈팅은 돋보인다.
이날 독일전에서도 일본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독일과 대등하게 맞섰다. 비록 작정하고 나온 독일의 세밀한 패스 작업에 눌렸고, 공격 활로를 제대로 뚫지 못하면서 전반 31분에는 선제골을 내줬다. 골키퍼 곤다 슈이치(시미즈)가 독일의 풀백 다비드 라움(라이프치히)의 공 컨트롤을 막으려다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고, 키커로 나선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 시티)에 골을 허용한 것이다. 독일의 19살 공격수 자말 무시알라(바이에른 뮌헨)도 적극적으로 일본 진영에 침투하며 예리함을 뽐냈다.
하지만 독일의 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들어 압박을 강화한 일본이 독일 문앞까지 바짝 치고 올라서며 상대의 패스 길목을 차단했고, 공을 확보하면 특유의 패스와 역습 플레이로 공세의 강도를 높여 나갔기 때문이다.
체격과 속도에서 앞서는 독일도 일본의 끊임없는 공간침투와 일대일 돌파에 당황했다.
결국 일본은 후반 30분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가 골문 정면에서 독일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 골키퍼가 쳐낸 공을 되받아쳐 동점골을 만들면서 반전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후반 29분 투입된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의 패스에서 출발한 공격이 워낙 날카로웠다.
이후 상대편 진영을 지속해서 파고든 일본은 후반 36분 아사노 다쿠마(보훔)가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공을 안전하게 받아 내린 뒤, 골지역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달려 나오던 노이어 골키퍼의 머리 위로 통렬한 결승골을 터트렸다.
한지 플릭 독일 감독은 선수들을 교체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수비에서도 촘촘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틈을 주지 않는 일본의 벽을 뚫지 못했다. 곤다 골키퍼도 세르주 나브리(바이에른 뮌헨) 등 독일 공격수의 슈팅을 신들린듯한 방어력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합작했다.
일본은 E조 2차전에서 코스타리카와 만나고, 독일은 스페인과 대결한다. 이미 1승을 확보한 일본은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