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네이마르가 25일(한국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G조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루사일/EPA 연합뉴스
‘부상’ 유령이 카타르를 배회하고 있다. 대회 전 부상으로 월드컵 참가 자체가 좌절된 선수들은 물론 카타르에 도착한 뒤 부상 낙마로 눈물 흘린 선수들까지, 어느 팀 하나 ‘완전체’ 전력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전력 누수가 가장 심한 팀은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다. 미국 <스포팅뉴스>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거나 향후 이탈 가능성이 있는 주요 부상자를 추적하고 있는데, 이들이 뽑은 가장 핵심적인 부상자 26명 가운데 7명이 프랑스 선수다. 2022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와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폴 포그바(유벤투스)를 비롯해 은골로 캉테(첼시), 크리스토퍼 은쿤쿠(라이프치히) 등이 포함돼있다. 다만 프랑스는 전력 이탈에도 불구하고 2승으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우승 후보 브라질도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팀 에이스 네이마르(PSG)가 25일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친 게 치명적이다. 네이마르는 2014 브라질월드컵 8강(콜롬비아) 때도 부상으로 낙마했고, 브라질은 4강에서 독일에 1-7 참패를 당했다. 남은 조별리그 경기 결장은 확정된 상황으로, 토너먼트 때 네이마르가 복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네이마르는 부상 뒤 “내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브라질은 네이마르 외에도 수비 핵심 다닐루(유벤투스)를 부상으로 잃었다.
네이마르가 에스엔에스에 게시한 퉁퉁 부어버린 오른발 모습. 네이마르 에스엔에스 갈무리
‘전차군단’ 독일 부진도 부상 영향이 크다. 독일은 일본전(1-2 패)에서 볼 수 있듯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면서도 득점력이 빈곤했는데, 주전 스트라이커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가 월드컵을 앞두고 인대를 다쳐 빠진 탓이다. 한지 플리크 감독 체제에서 베르너는 해결사 역할을 맡아 거의 매 경기 득점을 기록했는데, 베르너 부재로 마무리를 책임질 선수가 사라졌다. 스페인전에서 니클라스 퓔크루크(베르더 브레멘)가 베르너 역할을 소화하며 득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주포’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인대 수술을 받은 독일 티모 베르너. 티모 베르너 에스엔에스 갈무리
에이스 의존도가 심한 팀은 더욱 부상이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팀이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를 잃은 세네갈이다. 마네는 월드컵 직전인 지난 8일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정강이뼈를 다쳤고, 끝내 월드컵 출전이 불발됐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개막 직전인 15일 공식 에스엔에스(SNS)에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한 선수들 사진을 게시하며 “손흥민과 마네가 카타르에서 행복하기를!”이라고 쓰기도 했다. 결국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마네는 그럴 수 없었다. 세네갈은 이번 대회에서 카타르를 3-1로 꺾었지만, 네덜란드에 0-2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불투명하다.
피파가 부상 회복을 기원한 선수들. 손흥민(왼쪽)과 사디오 마네(가운데)가 보인다. 피파 에스엔에스 갈무리
이처럼 부상자가 속출하는 원인으로는 시즌 중에 열린다는 겨울월드컵 특성이 꼽힌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스포츠과학자 로빈 소프는 <디애슬레틱>에 “과거에는 여름월드컵이 10개월을 경쟁한 뒤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만성 피로 문제에 취약하다고 생각했다”며 “선수 부상에는 많은 요인이 있고, 이를 통제하고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겨울월드컵 때문에 부상이 늘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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