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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최종전 동시에 치르는 이유…‘히혼의 치욕’ [아하 월드컵]

등록 2022-12-01 12:58수정 2022-12-01 14:52

1982 스페인월드컵 조별리그 2조 서독-오스트리아의 경기가 열렸던 히혼의 엘 몰리논 경기장. 위키피디아 갈무리
1982 스페인월드컵 조별리그 2조 서독-오스트리아의 경기가 열렸던 히혼의 엘 몰리논 경기장. 위키피디아 갈무리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포르투갈전, 우루과이-가나전은 같은 시각(3일 0시) 시작된다. H조와 마찬가지로 다른 조 또한 4개국이 동시에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이유가 있다. ‘히혼의 치욕’(Disgrace of Gijon), 혹은 ‘히혼의 불가침 협정’으로 불리는 이 경기 때문이다.

1982 스페인월드컵 때 일이다. 조별리그 2조에는 서독, 오스트리아, 알제리, 칠레가 속해 있었다. 서독-오스트리아 경기가 열리기 전 알제리-칠레전은 이미 끝나 있었는데, 알제리(2승1패·승점 4)는 서독-오스트리아 경기 결과에 따라 12강 조별리그(당시 참가국은 24개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칠레(3패)는 이미 탈락 확정. 알제리는 개막전에서 서독을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킨 팀이었다. 월드컵에서 유럽 팀을 꺾은 최초의 아프리카/아랍 팀 기록도 세웠다.

2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서독은 1승1패(승점 2), 오스트리아는 2승(승점 4)을 기록 중이었다. 만약 서독이 1~2골 차이로 오스트리아를 꺾으면 골 득실 차이에 의해 서독, 오스트리아가 나란히 12강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서독이 3골 이상 차이로 이기거나 하면 오스트리아는 탈락이었다. 오스트리아가 승리하면 서독이 탈락.

서독은 전반 10분까지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고, 11분 선제골이 터졌다. 서독이 1-0으로 앞서가자 경기 양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전진 패스보다 후진 패스가 더 많이 나왔고, 두 팀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공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기 급급했다. 4만여 관중은 두 팀에 야유를 보내며 “알제리! 알제리!”를 외쳤다. 일부 알제리 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지폐를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돈에 매수됐냐’는 힐난이었다.

경기를 생중계한 서독, 오스트리아 방송국도 할 말을 잃기는 마찬가지. 서독 축구 해설위원은 경기 해설 없이 그저 침묵했고 오스트리아 중계진은 아예 시청자들에게 티브이를 끄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보라고 권유했다. 결국, 경기는 1-0 서독 승리로 끝났고 12강 티켓은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거머쥐었다. 축구 팬들은 두 팀이 경기를 조작했다고 분노했다. 서독 티브이는 “우리 축구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날”이라고 통탄했다. 경기 뒤 호텔로 돌아가던 서독 선수들이 계란 세례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알제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했지만, 두 팀 간 짬짜미를 처벌할 규정이 없었다. 대신 규정을 개정해서 1986년 멕시코 대회 때부터 조별리그 모든 최종전을 같은 시각에 치러지게 했다.

그렇다면, 당시 12강에 진출했던 서독, 오스트리아 팀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조금 더 유리한 상대 팀을 만나기 위해 조 1위를 포기했던 오스트리아는 12강에서 탈락했고, 서독은 결승까지 올랐으나 이탈리아에 1-3으로 패했다. 25년이 흐른 뒤 한 서독 출신 선수는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고, 또 다른 선수는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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