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아슈라프 하키미가 15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코르의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프랑스와 경기에서 패한 뒤 킬리안 음바페의 위로를 받고 있다. 알코르/AFP 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로는 사상 처음 4강에 오른 모로코 대표팀에는 특징이 있었다. 대표팀 26명 중 절반 이상인 14명이 모로코 태생이 아니었다. 16강전 스페인과 승부차기에서 네번째 키커로 나선 아슈라프 하키미(24)는 모로코가 아닌 스페인 마드리드 태생이다. 그의 부모는 모로코에서 태어났고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하키미처럼 이번 대회 참가 선수 832명 중 137명은 자신이 태어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를 대표해서 뛰었다. 16.5%의 비율로 월드컵 사상 최고치다. 2018 러시아월드컵 때는 11.2%였다. 뉴미디어 〈쿼츠〉(Quartz), 〈복스〉(Vox) 등을 보면 모로코, 튀니지, 세네갈, 카메룬, 가나 등 아프리카 5개국 대표팀의 42.3%(55명)가 외국 태생 선수들이었다. 이들 대다수(38명·69.1%)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에 참여한 카타르에도 알제리, 가나, 포르투갈 등 8개국 출신의 10명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결이 조금 다르다. 10명 선수 중 부모, 조부모가 카타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선수가 7명이나 된다. 〈복스〉는 “스포츠 여권이라는 게 있다. 선수들에게 부분 시민권을 부여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국가대표로 뛰지 않았다면 월드컵에 참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카타르는 2005년 최대 100만달러의 현금 유인책으로 브라질 축구 선수 3명을 귀화시키려다가 피파(FIFA)에 제지당한 적이 있다.
월드컵 개최 초기에도 출생지가 아닌 곳에서 국가대표로 뛴 사례가 꽤 있었다. 1934년 월드컵 때 무솔리니의 반 이민정책으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출신 선수들이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 대거 추방됐다. 자국 대회 우승이 간절했던 무솔리니는 이들 대신 남미에서 나고 자란 이탈리아계 선수들(5명)을 영입했고 종국에는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번 대회에서 그렇게 넘고 싶어했던 포르투갈 월드컵 최다 득점자(9골) 에우제비오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태어났다. 독일 축구 대표팀에서 월드컵 통산 최다골(16골)을 쏜 미로슬라프 클로제 또한 독일이 아닌 폴란드 태생이다. 이번 대회 최연소 선수(2004년생)인 독일 대표팀의 유수파 무코코는 카메룬에서 태어났다. 축구선수에게 국경은 무의미하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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