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8강전 가나-우루과이 경기에서 가나의 도메니크 아디이아가 날린 헤더를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핸드볼 반칙으로 막고 있다. AP 연합뉴스
카르마(KARMA).
〈더 타임스〉 등 많은 외신이 우루과이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탈락을 놓고 쓴 단어다. ‘카르마’는 불교 용어로 ‘업보’로 해석된다. 우루과이의 패배가 ‘업보’인 이유가 있다.
3일(한국시각) 한국과 포르투갈이 맞붙은 같은 시각에 경쟁을 펼친 우루과이와 가나는 월드컵 악연이 있다. 두 팀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8강에서 만났는데, 당시 1-1 상황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가나의 유효슈팅을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가 골키퍼도 아닌데 손으로 막아냈다. 수아레스의 ‘나쁜 손’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던 슛이었다.
수아레스는 핸드볼 반칙으로 곧바로 퇴장을 당했고, 가나는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아사모아 기안이 그만 실축하고 말았다.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결국 우루과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가나,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월드컵 4강 꿈은 그렇게 좌초됐다. 가나가 우루과이, 특히 수아레스에 이를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죽하면 우루과이가 같은 H조에 편성된 뒤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까지 “우리는 우루과이에 대한 복수를 12년 동안 기다려왔다”라고 말했을까. 수아레스는 이번 대회 가나와 경기 전
“사과는 하지 않는다. 골을 못 넣은 것은 결국 가나”라고 말해 가나의 화를 더 돋웠다.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가 3일(한국시각) 가나와 경기에서 2-0으로 이기고도 16강전에 탈락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나는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0-2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특히 한국이 역전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후반 8분의 추가시간 때는 골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시간을 끌고 종료 1분 전 선수를 교체하는 등의 시간 축내기에 돌입했다. 뒤지고 있는 팀이 오히려 기존 점수 지키기에 나서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된 것. 우루과이가 한 골을 더 넣으면 16강에 오르는 상황에서 두 골 차이로 지기 위해 최선의 방어를 했다고 할까. 그만큼 우루과이의 16강전 진출이 싫었던 것이다.
우루과이의 탈락이 확정되자 가나 선수들과 팬들은 마치 16강에 오른 듯이 좋아했다. 반면 수아레스를 비롯해 우루과이 선수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12년 전 가나가 남아공에서 쏟은 눈물이 카타르에서 우루과이의 눈물로 고스란히 돌아온 셈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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