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왼쪽)와 크로아티아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 신화 AP 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이 단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결승전(아르헨티나-프랑스)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경기가 있다. 바로 크로아티아와 모로코가 18일(한국시각) 오전 0시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펼칠 3위 결정전이다. 결승전이 이번 대회 최고 화력을 자랑하는 팀 사이 맞대결이라면, 3위 결정전은 수문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방어력을 선보인 최고 방패들 사이 정면대결이다.
흥미로운 건 두 팀이 이미 이번 대회 한 차례 맞붙었다는 점이다. 카타르월드컵 유일한 ‘재대결’이다. 두 팀은 조별리그 F조에서 맞붙었는데, 0-0으로 비기며 나란히 승점 1을 챙겼다. 다만 당시 기록은 크로아티아 쪽에 조금 더 웃어준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점유율 57%를 차지하며 모로코(32%)보다 더 많이 공을 소유했다. 다만 유효슈팅은 2개로 같았고, 슈팅에선 모로코(8개)가 크로아티아(6개)를 앞섰다. 크로아티아가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모로코의 단단한 수비에 막혀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한 모양새다.
크로아티아(피파랭킹 12위)와 모로코(22위)는 카타르월드컵 돌풍의 핵이었다.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준우승팀인 크로아티아는 8강에서 브라질(1위)을 승부차기 끝에 잡아내는 등 이변을 일으키며 4강에 올랐다. 애초 주축 선수 노쇠화로 8강 진출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던 크로아티아다. 모로코는 조별리그 통과조차 불확실했으나, 벨기에(2위)를 제치고 16강에 올랐다. 이후 스페인(16강)과 포르투갈(8강)까지 잇달아 제압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다만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에 0-3, 모로코는 프랑스에 0-2 패배를 당하며 4강에서 탈락했다.
크로아티아 도미니크 리바코비치(오른쪽)가 6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일본과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팀 동료 루카 모드리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알와크라/EPA 연합뉴스
두 팀이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양 팀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이 보인 놀라운 활약이었다. 크로아티아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디나모)는 8강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유효슈팅 11개 중 10개를 막아내는 선방쇼를 펼쳤고, 승부차기에서 브라질 첫번째 키커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의 슈팅을 막아내며 4-2 승리를 이끌었다. 리바코비치는 앞서 일본과 16강전에서도 승부차기에서 3차례나 선방을 선보이며 팀에 3-1 승리를 안겼다.
모로코 야신 부누(세비야)도 ‘야신’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누는 4강 프랑스와 맞대결 전까지 한 번도 상대에게 골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유일한 실점은 조별리그 캐나다전에서 나온 자책골이었다. 부누는 스페인과 승부차기에서도 두 차례 선방을 펼치며 3-0 승리를 일궜다. 승부차기에서조차 상대에게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던 셈이다. 모로코는 덕분에 이번 대회 겨우 5골을 넣고도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 다른 4강 멤버가 준결승 직전 기록했던 득점은 11골(프랑스), 9골(아르헨티나), 6골(크로아티아)이었다.
모로코 야신 부누(왼쪽)가 1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8강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다만 3위 결정전은 지금까지 흐름과 달리 많은 득점이 터지는 난타전이 될 수 있다. 역대 월드컵 3위 결정전을 보면, 오히려 결승전보다도 많은 득점이 터지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경기가 승부차기까지 간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사실상 대회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양 팀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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