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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서 공 치던 소년, 윔블던 6번째 우승 잔디 맛보다

등록 2021-07-12 13:45수정 2021-07-13 02:52

조코비치, 결승서 베레티니에 3-1 승리
올해 3개 메이저 대회 휩쓸어…통산 20승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윔블던 코트 잔디를 뜯어 맛보고 있다. 윔블던/EPA 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윔블던 코트 잔디를 뜯어 맛보고 있다. 윔블던/EPA 연합뉴스

경기가 끝나면 다른 선수 흉내를 냈다. 2007년 유에스(US)오픈 8강전 때는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은퇴)의 서브 동작을 따라 했고, 2009년 유에스오픈 때는 존 매켄로(미국·은퇴)를 재연했다. 이밖에 앤디 로딕(미국·은퇴)이 야구모자를 눈 아래로 끌어내리는 동작이나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경기 후 관중을 향해 라켓으로 박수를 유도하는 동작 등도 따라 했다. “흉내 내기가 다른 방식으로 긍정의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년기를 전쟁 속에 보냈지만 그는 이렇듯 늘 밝고 유쾌했다. ‘조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세계 1위) 얘기다.

그의 나라 세르비아에 총성이 끊이지 않던 1990년대, 그는 물 빠진 수영장이나 방공호에서 테니스공을 튕기면서 자랐다. 한밤중 나토군의 공습에 놀라 잠에서 깨 두려움에 떨었던 적도 많다. 하지만 소년은 테니스 라켓만은 놓지 않았고 결국 세계 남자 테니스계를 평정했다. 경기가 안 풀릴 때 라켓에 화풀이 하는 행동으로 가끔씩 구설에 오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승리에 대한 집념의 표현이었다. 메이저 대회 우승 라켓을 어린 팬에게 선물하는 등의 따뜻한 마음도 품었다.

조코비치는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올해 3번째 테니스 메이저 대회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에서 마테오 베레티니(이탈리아·9위)를 세트 스코어 3-1(6:7<4-7>/6:4/6:4/6:3)로 꺾었다. 윔블던 6번째 우승. 이와 함께 올 시즌 3개 메이저 대회를 연속 석권(21전 전승)하며 메이저 대회 통산 20승(호주오픈 9차례·프랑스오픈 2차례·윔블던 6차례·US오픈 3차례)으로 ‘테니스 황제’ 페더러, ‘클레이코트의 황태자’ 나달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참고로 2011년에 조코비치의 통산 메이저 대회 우승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으나 페더러는 이미 16개 메이저 트로피를 쟁여두고 있었다. 10년 만에 페더러를 따라잡은 셈이다.

한때 ‘3인자’의 설움을 진하게 느낄 때도 있었으나 음식 조절과 체력 훈련 등을 통해 그는 나날이 무적이 되어 갔다. 조코비치는 경기 뒤 “나달과 페더러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그들은 테니스 전설이며 내 생애 가장 중요한 상대 선수였다. 지금의 내가 있는 것도 그들 덕분”이라고 했다. 더불어 “큰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경험이 많아진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신을 더 믿게 되고 자신을 믿을수록 더 이기게 되며 자신감도 더 생긴다”고도 했다. 그는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윔블던 잔디를 뜯어 맛보기도 했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뒤 팬과 함께 셀피를 찍고 있다. 윔블던/AFP 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뒤 팬과 함께 셀피를 찍고 있다. 윔블던/AFP 연합뉴스

조코비치는 남은 유에스(US)오픈에서 우승할 경우 1968년 오픈시대(프로에게 메이저대회 참가 허용) 이후 로드 레이버가 1969년 세웠던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을 52년 만에 이루게 된다. 더불어 만약 도쿄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까지 따면 남자 테니스 선수 사상 최초로 ‘골든 슬램’(같은 해 열리는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의 영광을 안게 된다. 전문가들은 조코비치가 메이저대회 통산 우승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그는 앞선 13차례 메이저대회 결승전 때는 페더러, 나달에 막혀 6승7패밖에 거두지 못했으나 이후 17차례 왕관 도전(결승전 기준)에서는 14승(3패)을 올렸다. 페더러가 40대에 접어들었고 나달은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어 현재 적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조코비치는 “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내가 늙었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면서 “지금이 선수 생활 통틀어 가장 완벽에 가까울 것 같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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