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한 인터뷰 ┃ KGC 인삼공사 세터 염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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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KGC 인삼공사)이 6일 대전에 있는 구단 훈련장에서 토스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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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 KOVO 제공
세터는…‘고독하구만’ 생애 기회가 단 한 번뿐인 신인왕 수상. 시작은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배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가 즐겨보는 <쇼미더머니>에 나온 노래처럼 세터의 길은 ‘고독하구만’(머쉬베놈)의 연속이었다. 배구에서 세터는 팀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배구는 세터놀음’, ‘야구는 투수, 배구는 세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잘했을 때 그만큼 집중 조명받는 투수와 달리, 세터는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책임을 뒤집어쓰기 일쑤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운영하는 코보 아카이브에서 ‘염혜선’을 검색하면, 약 600개의 사진이 나온다. 연관 태그를 보면 토스 255개, 리시브 44개 등 주로 팀 동료에게 공을 올려주거나 수비를 하는 사진이다. 반면 스파이크는 15개뿐. 그마저도 대부분 상대 스파이크를 막아내는 사진이다. 주인공이 되어 득점하는 대신, 팀의 승리를 위해 밑돌을 놔야 하는 세터의 숙명이다. 세터는 온몸으로 공을 받아내면서, 온 마음으로 막중한 압박감도 받아내야 한다. “원래 희생해야 하는 자리”라고 이해해보지만,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자연스럽게 세터에게 쏠리는 시선은 부담스럽다. 패배 뒤 쏟아지는 비난도 여전히 아프다. 개인 에스엔에스(SNS)까지 찾아와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 때문에 “시합 날에는 절대 에스엔에스를 하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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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띄우는 염혜선. KOVO 제공
책임감 넘치는 배구 ‘핵인싸’ 염혜선은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사람을 잘 챙긴다. 배구계 ‘핵인싸’로 꼽히는 이유다. 도쿄올림픽 때 그는 오른손을 다쳐 철심을 박은 채로 경기를 뛰면서도 팀 동료들을 성심성의껏 돌봤다. 김희진은 앞서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염)혜선 언니가 진짜 많이 아껴줬다. 올림픽 내내 한 시라도 좌절감, 우울감에 빠지지 않게 도와줬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목포여상 출신인 그는 최근 모교에서 뛰는 몽골 출신 염어르헝(17)을 가족으로 맞았다. 부모님을 설득해 그를 자신의 동생으로 입양한 것이다. 그는 “열심히 뛰고 한국에서 배구를 하고 싶어하는데, 국적 문제로 그게 불가능할 수 있다고 해서” 입양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런 책임감을 보면,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세터가 천직인 듯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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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오른쪽)이 지난 시즌까지 팀 동료였던 발렌티나 디우프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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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가운데)과 인삼공사 선수들이 경기 도중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약속할게, 함께 걷자” 염혜선은 지금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일본과 경기 뒤 “주전으로 나와 일본을 이긴 건 처음”이라며 울던 그는 이제 이다영(25)의 공백을 완전히 지우며 대표팀 주전 세터로 안착했다. “예전엔 국가대표 시합 때 부담만 컸는데, 이번엔 부담도 되지만 기대도 컸다”며 “(파리올림픽도) 꼭 가고 싶다”고 했다. 염혜선은 소속팀에서도 핵심 선수다.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은 “올 시즌 팀의 핵심은 염혜선”이라며 “염혜선을 중심으로 팀을 완성형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염혜선은 “부담도 가지만, 경기는 즐겁게 하고 있다. 2라운드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더 잘하겠다”고 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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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이 지난 7월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일본과 경기에서 몸을 날려 수비하고 있다. 오른손엔 수술 뒤 미처 빼지 못한 철심과 상처가 남아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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