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3연패에 도전하는 하뉴 유즈루(일본). AFP 연합뉴스
빙판을 발판 삼아 솟구쳐 공중에서 돌 수 있는 최대 바퀴 수는 얼마나 될까. 공식적으로는 지금껏 4회전(쿼드러플 점프)이었다. 하지만 전인미답의 4.5바퀴에 도전하는 이가 있다. 남자 피겨 역사상 92년 만에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하뉴 유즈루(28·일본)다.
하뉴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 남자 스케이터다. 기술뿐만 아니라 표현력까지 두루 갖췄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발목 부상 때문에 8개월을 쉬고도 지난 12월 말 열린 일본선수권 남자 싱글에서 총점 322.36점(쇼트프로그램 111.31점+프리스케이팅 211.05점)으로 우승했다.
이날 주목된 것은 그의 쿼드러플 악셀(공중 4.5회전·6개 점프 중 유일하게 앞에서 도약해 뒤로 착지) 시도였다. 하뉴는 프리스케이팅 첫 번째 과제로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했는데 두 발로 착지하면서 트리플 악셀(공중 3.5회전)로 인정 받았다. 쿼드러플 악셀 기술 점수는 기본 12.5점으로 트리플 악셀(8.0점)보다 높다. 현재까지 공식 대회에서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뉴조차도 “쿼드러플 악셀을 연습할 때 뇌진탕으로 쓰러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기술이다.
하지만 하뉴는 쿼드러플 악셀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일생일대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뉴는 일본선수권이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응원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나를 위해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밝혔다.
하뉴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발목에 더욱 무리가 가는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강력한 경쟁자, 네이선 첸(23·미국) 때문도 있다. ‘점프 머신’으로 불리는 첸은 5개 쿼드러플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9일(한국시각) 열린 전미선수권에서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 기록(115.39점·종전 114.13점)을 경신할 정도로 현재 컨디션이 아주 좋다. 평창 대회 때 쇼트 연기에서 실수를 많이 하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터라 베이징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편, 지금껏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스웨덴의 일리스 그라프스트룀(1920년·1924년·1928년)뿐이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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