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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초긍정 에너지’는 0.01초 더 빨리 달릴 연료죠

등록 2022-01-12 04:59수정 2022-01-12 08:07

[다시 뛴다, 2022]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
평창올림픽 때 은메달 딴 ‘배추보이’
이번 베이징서 ‘금’ 칠하려 비지땀
이번 시즌 월드컵 금1 은2 상승세
도쿄올림픽 동메달 ‘절친’ 전웅태
자신보다 몇배 긍정적 친구라 칭찬
“어려운 시기 기쁜 소식 전할게요”
이상호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남자 평행대회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상호는 이날 결승에서 다리오 카비젤(스위스)에 0.06초 차이로 석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국제스키연맹 제공
이상호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남자 평행대회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상호는 이날 결승에서 다리오 카비젤(스위스)에 0.06초 차이로 석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국제스키연맹 제공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절정은 4강전. 두 선수는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선수들조차 승패를 알 수 없었다. 전자 시스템에 기록된 차이는 단 0.01초. 이상호(27)의 승리였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국 코치진도 그제야 온몸으로 감격을 표현했다. 한국, 아니 아시아 사상 첫 올림픽 스노보드 메달리스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강원 정선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며 꿈을 키운 ‘배추 보이’는 그렇게 결선에 올랐고,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자고 일어나면 꿈일 것만 같아서 잠들기가 무서웠다”고 했다.

은빛 질주를 펼쳤던 영광의 장소는 ‘이상호 슬로프’로 이름을 바꿨다. 빙상 종목 일색이던 한국 겨울 스포츠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노보드의 김연아가 되고 싶다”던 그의 꿈이 이뤄진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4년 뒤 베이징에서 메달 색깔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목표는 물론 금메달. 그는 그렇게 다시 0.01초 단위로 운명이 갈리는 차가운 슬로프 위에 올랐다. 심할 때는 영하 36도까지 기온이 떨어졌고, 슬로프 위에선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는 무게감에 외롭기도 했다.

이상호가 2018년 2월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호가 2018년 2월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 4년이 지난 지금, 이상호는 베이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순위는 1위(360점)로, 2위 독일 비우마이스터(290점)를 70점 차로 앞선다. 코로나19로 벌써 두 달 가까이 유럽에 머무는 그는 최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로 어려움도 있지만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 목표인 금메달은 운도 따라야겠지만, 메달권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감은 이상호가 가진 최대 무기다. 그는 첫 올림픽이었던 평창 대회 때도 무한한 자신감을 보였다. 탄탄대로만 걷진 않았다. 2년 전엔 어깨 수술을 하며 시즌을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눈밭 위에 넘어진 뒤 다시 일어나듯 힘든 시간을 이겨냈고,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이상호는 “어깨 수술 뒤 복귀해서 경기를 치르는데, 코로나19로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을 맞은 건 처음이었다”면서 “그래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항상 낙천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상호가 8일(현지시각) 스위스 스쿠올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남자 평행대회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상호는 이날 동메달을 목에 걸며 새해 첫 대회부터 시상대에 올랐다. 국제스키연맹 제공
이상호가 8일(현지시각) 스위스 스쿠올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남자 평행대회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상호는 이날 동메달을 목에 걸며 새해 첫 대회부터 시상대에 올랐다. 국제스키연맹 제공

이상호가 내뿜는 ‘긍정 에너지’는 자타공인이다. 2020 도쿄올림픽 근대 5종 동메달리스트 전웅태(27)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상호는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멋있는 친구”라며 “저도 제 나름대로 활발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보다 훨씬 배로 더 긍정적이고 활발하다”고 했다. 대학 동기인 이상호와 전웅태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각자 종목에서 한국 최초 올림픽 메달을 땄다는 공통점도 있다.

전웅태는 “사실 (도쿄)올림픽 준비하면서 상호한테 기를 달라고 했다. (이상호가) 정말 좋은 말을 많이 해줬고,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고 했다”라며 “이번에 다시 상호가 올림픽을 준비하는 걸 보면서, ‘이번엔 네가 준 기를 다시 돌려주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그는 “상호는 ‘될놈될’(될 놈은 됨)”이라며 “부담 가질 성격이 아닌 건 알지만, 부담 갖지 말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전했다.

이제 이상호는 유럽에서 두 차례 월드컵을 더 치르고 귀국한다. 격리 기간을 거친 뒤 베이징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이상호는 “연말에 좋은 성적을 냈을 때, ‘힘든 상황에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다’는 분들이 많았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데,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많은 분께 기쁜 소식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평창의 이상호가 건넸고, 도쿄의 전웅태가 돌려준 긍정 에너지를 베이징에서 다시 모두에게 전할 수 있을까. 0.01초도 놓칠 수 없는 금빛 질주를 위해, 곧 그가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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