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한국노래·음식 좋아해”
“토리노에서 한국은 진정한 쇼트트랙 강국으로 올라섰습니다. 페어플레이를 했고, (개인경기에서) 팀플레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쇼트트랙을) 잘 타는 건 인정했지만 진정한 승리자로 보긴 어려웠습니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장권옥(40·사진)씨는 한국팀의 ‘토리노 쾌거’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국내 언론의 지탄을 받은 내부 파벌다툼이 오히려 이런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뜻을 내비쳤다.
장씨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버지니아를 방문했다가 28일(현지시각) 한국특파원들과 만났다. 그가 가르친 미국 선수들은 이번에 금메달 2, 은 1, 동 2개를 따냈다. 미국 선수단에선 가장 좋은 성적이다. 우리에게 낯익은 안톤 오노(금 1, 동 1)도 끼어 있다.
한국 쇼트트랙, 더 나아가 한국 체육에 대한 그의 지적은 따가웠다. “금메달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이 희생해야 하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를 바꿔야 합니다.”
그는 “한 선수가 동료 선수를 위해 다른 나라 선수들의 진로를 막는 것, 한 선수가 먼저 치고 나가 다른 나라 선수들을 지치게 하는 것, 같이 넘어진다든가 하는 것”이라고 ‘팀플레이’ 예를 들었다. 그 자신 국내에서 선수생활 때 그런 ‘팀플레이’를 지시받고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
“스포츠란 가끔 내리막길을 걸을 때도 있고 메달을 따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에선 그게 용납이 안 됩니다. 그러니 금메달 하나를 만들기 위해 페어플레이를 희생하는 겁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김기훈, 이준호 등과 국가대표 생활을 함께 했던 쇼트트랙 1세대다. 선수 시절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고 한다. 1990년 은퇴 뒤 국가대표 코치를 잠깐 하다가 “어떻게 어린 친구가 선배들을 가르칠 수 있느냐”는 지극히 한국적인 지적을 받고 그만뒀다.
2001년 취업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온 그는 메릴랜드의 한 클럽에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4년부터 미국 올림픽 대표팀을 맡은 그는 이번 토리노에서 돌아오는 도중, ‘2005 최고의 코치’로 뽑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애제자인 오노에 대해 “이제 한국과의 악연은 깨끗이 씻어졌다고 본다.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한국노래도 부를 줄 안다. 한국 팬들은 이제 그를 한 사람의 훌륭한 선수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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