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결에 스친 ‘먹방’ 속 치킨이 아른거렸던 밤들을 뒤로하고, 우상혁(27·용인시청)이 도움닫기에 나선다. “맡겨놓은 금메달을 찾아오겠다”라고 호언장담할 만큼 지난날 노력과 지금의 몸 앞에 당당하다.
우상혁은 2일 인천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공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나를 의심하지 않는 편이다. 이만큼 준비했는데 못 뛸 수는 없겠다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경기에 나선다”라며 단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상혁은 오는 1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2023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지난해 미국 유진에서 한국인 최초
세계육상선수권 은메달 신기원을 이뤘지만 정상을 목표로 지난 1년을 별러 왔다.
“나보다 먹는 걸 포기했으면 우승 가져가라고 할 정도”로 혹독한 식단 관리와 몸만들기는 이제 일상이다. 지난달 16일 가볍게 정상을 제패했던 방콕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64㎏까지 체중을 줄였다는 그는 “2주 동안 선수촌에서 근력 운동도 하고 체계적으로 먹으면서 67㎏을 만들었다. (부다페스트) 대회 때는 65㎏으로 맞출 계획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젠 다이어트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먹방’을 보면서 잠들긴 하지만”이라며 웃었다.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높이뛰기 4위에 오른 뒤 월드클래스로 도약한 그는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줄곧 최정상급 무대에서 고공행진을 벌였다. 올해는 지난 6월
시즌 최고 기록을 2m33까지 높였다. 지난달 25일 기준 우상혁의 포인트 랭킹은 4위.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2㎝ 차이로 우상혁을 제치고 우승했던 무타즈 에사 바르심(2위·카타르)을 비롯해 주본 해리슨(1위·미국), 장마르코 템베리(3위·이탈리아) 등이 부다페스트로 집결한다.
우상혁이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혁은 “지난해 유진에서는 대회 직전 컨디션이 안 좋았다. 최선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맡겨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친구들 운이 좋았다”라는 농담으로 ‘이번에는 다르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연습에서) 2m30을 여러 번 넘었고, 개인 최고기록(2m35)도 여러 차례 깼다. 스피드도 만족스럽다”라며 “(지난달 3일)
스톡홀름 다이아몬드리그에서 교훈(기록 없이 대회 마감)도 얻어 실수할 가능성은 더 줄었다. 자신있다”라고 했다.
우상혁은 오는 4일 독일로 출국해 실전 훈련 차원에서 독일 국내 대회를 소화한 뒤 17일 부다페스트로 이동한다. 남자 높이뛰기는 한국시각으로 20일 오후 5시35분에 예선, 23일 새벽 2시55분에 결선을 치른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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