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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금메달’ 따러 ‘페이커’가 항저우 협곡에 접속하고 있습니다

등록 2023-09-05 16:22수정 2023-09-20 10:22

[항저우, 우리가 간다] LoL 국가대표 페이커 이상혁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페이커’ 이상혁이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정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페이커’ 이상혁이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정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이(e)스포츠 역사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뼈아픈 페이지다. 당시 리그오브레전드(LoL) 최강이던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전승을 달리고도 결승에서 중국에 1-3으로 패했다. 조별리그서 한 차례 꺾었던 상대에게 당한 일격. 바텀 라인이 완전히 무너지는 등 내용상으로도 쓰라렸다. 결국 한국은 그해 가을 국내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최고 성적 8강에 그치며 중국(인빅터스 게이밍)에 우승컵을 내줬다. 5회 연속 롤드컵 우승을 기록하며 열었던 한국의 시대가 끝나는 듯했다.

그 후 5년이 지났다. 시범종목이었던 리그오브레전드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명예를 회복할 기회다. 대표팀 중심에 선 이는 주장 ‘페이커’ 이상혁(27·T1). 자카르타에서 패배를 막지 못했던 그는 이제 ‘제우스’ 최우제(T1), ‘카나비’ 서진혁(징동 게이밍), ‘쵸비’ 정지훈(젠지), ‘룰러’ 박재혁(징동 게이밍), ‘케리아’ 류민석(T1)과 함께 항저우 협곡으로 떠난다.

이상혁은 박재혁과 자카르타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선수 생명이 짧기로 유명하고, 전성기 유지는 그보다 어려운 이스포츠 생리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페이커의 명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이상혁은 대표팀에서 중요한 존재다. 실제 올 시즌 이상혁이 손목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소속팀 티원은 한 달 동안 1승7패를 당하며 극도로 부진했다. 이상혁이 빠지기 전 성적은 6승2패였다.

물론 금메달 사냥은 만만치 않다. 먼저 중국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특히 중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일찌감치 훈련에 들어갔다. 중국 안방팬들의 응원도 거셀 전망이다. 더욱이 이상혁은 손목 부상 공백이 있었다. 평소 챔피언(게임 내 캐릭터) 폭이 넓기로 유명한 그가 엘시케이(LCK) 결승에선 비교적 좁은 선택 폭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혁은 지난달 28일 출정식에서 “부상 기간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러 챔피언을 연구하지 못한 영향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페이커 이상혁. 연합뉴스
페이커 이상혁. 연합뉴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다행히도 이상혁의 컨디션은 점차 올라오고 있다. 최근 개인 랭크 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챔피언 폭도 회복한 모양새다. 자신도 “손목 치료가 굉장히 많이 되어서 게임을 하는 데 지장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표팀과 호흡을 맞추며 베트남(11일), 대만(12일)과 잇달아 평가전도 가질 예정이라, 최대한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 항저우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주전 발탁 여부를 두고도 관심이 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5개 포지션 1명씩 총 5명이 출전한다. 이중 미드라이너에는 이상혁과 정지훈 두 명이 선발됐다. 정지훈은 최근 소속팀이 국내대회서 이상혁이 있는 티원을 꺾고 대회 3연패를 일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오히려 금메달을 목표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이상혁은 “미드라인에 두 명이 있어서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서로에게 배울 것도 있다”고 했다. 정지훈도 “경쟁이 아니라 협력 관계”라고 화답했다.

쵸비 정지훈(왼쪽)과 페이커 이상혁. 연합뉴스
쵸비 정지훈(왼쪽)과 페이커 이상혁. 연합뉴스

특히 김정균 대표팀 감독의 용병술은 이상혁의 존재를 더 빛나게 할 전망이다. 과거 티원 코치(2012∼2017년)와 감독(2017∼2019년)을 맡아 이상혁을 발굴하기도 한 김 감독은 평소에도 5인 주전 외에 깜짝 카드 활용이 빛났던 전략가다. 어떤 경기에 누가 나올지 모르니, 상대 입장에서는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 두 명을 대비해야 하는 셈이다. 김 감독은 “두 미드라이너는 자타공인 최정상급”이라며 “나는 예전부터 식스맨을 많이 썼다. (출전은) 컨디션과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대표로 뛰기 때문에, 더욱 사명감을 느낀다”는 이상혁. 그는 “올해는 반드시 이긴다는 각오”라고 했다. 이미 이스포츠 역사에 밤하늘 별처럼 수없이 박힌 ‘이상혁’ 이름 석 자가 항저우에서 또 한 번 새겨질까. 세계 이스포츠 팬의 눈이 아시안게임으로 쏠리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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