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크게 틀어놓고 적응하겠다.” (김보미)
“라이벌 없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송종호)
미세한 떨림도 실수로 이어진다. 시간 압박도 크다. 그럼에도 10m, 25m, 50m 사대에서 한 점이나 동전, 동전보다 큰 표적을 맞춰야 한다. 신기에 가까운 극단의 경쟁이기에, 최종적으로 ‘이기는 자가 강한 자’가 된다.
5일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도 한목소리로 ‘집중’ ‘멘털’ ‘루틴’을 강조했다. 여자 10m 공기권총 세계 12위의 김보미(IBK기업은행)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 방법은 따로 없고 하루하루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결선 현장의 소음에 대비해 중국 음악을 틀어넣고 훈련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자 25m 속사권총의 간판 송종호(IBK기업은행)는 “멘털이 중요하다. 라이벌이라고 누구를 생각할 시간이 없다. 저 자신과 싸운다”고 말했다. 25m 속사권총 결선은 4초 안에 5개의 표적을 맞춰야 하고, 이렇게 8회를 하니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번 대회에 30개 종목 35명의 선수단을 이끄는 홍승표 사격 대표팀 감독은 “전통적으로 중국이 사격의 강호이고, 5년 전부터 한국을 벤치마킹해 집중투자한 인도가 약진해 종합 2위 수성도 쉽지 않다. 결선에 올라가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결선 체제에 맞춰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2 런던올림픽 이후 결선에서는 본선 점수가 사라져 하위권 진출자의 역전 우승이 가능해졌다. 과거 조용하던 경기장 분위기도 미디어와 팬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경기장엔 음악이 나오고, 응원도 시끄럽다. 10년 이상 자세와 호흡, 격발 등 기술훈련과 더불어 체력을 단련해온 선수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 훈련하는 것은 고도의 감과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여자 50m 소총 3자세와 10m 공기소총에 나서는 이은서(서산시청)는 “총 쏘다 보면 급해질 수 있다. 격발 전 호흡 횟수를 정해 놓고 사대에 들어가 정확하게 첫 격발을 하는 루틴을 갖고 있다.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아시안게임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 10m 러닝타깃에 출전하는 정유진(청주시청)은 아예 루틴을 생각하지 않는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4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을 노리는 그는 “라이벌도 루틴도 없다. 루틴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얽매일 것이기에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관록과 노련함을 갖춘 그는 움직이는 표적지를 쏘는 방법으로 “순발력보다는 조준점을 한번 봤을 때 격발하는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비관리와 운도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속사권총 25m에 출전했던 송종호는 초당 250m 이상 돼야 하는 탄속이 220m로 떨어져 실격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권총에 이상이 있다는 걸 경기 중에 알았다. 더운 여름에 너무 많이 쏘다 보니 총이 열을 받았다. 총 관리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향적 성격의 송종호는 ‘탕’ ‘탕’ 소리가 울리는 권총 종목의 선수답게 팀 분위기를 돋우는 활력소 구실도 한다.
홍승표 감독은 “사격은 다른 종목과 달리 멘털이 중요하다. 중국 선수들이 안방 관중의 응원을 받고 더 긴장할 수도 있다. 정유진, 이은서, 송종호, 김보미 등 아시아 정상권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대표팀은 8~14일 열리는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경기력을 점검한 뒤 항저우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국팀의 아시안게임 일정은 24일 여자소총으로 시작해 10월1일 트랩사격으로 끝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