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 유즈루가 지난해 7월 은퇴 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의 ‘피겨 아이콘’ 하뉴 유즈루(28)가 가족을 향한 미디어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며 이혼을 발표했다. 지난 8월4일 ‘깜짝 결혼’ 소식을 전한 지 약 석 달 만이다.
하뉴는 17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입장문을 올려 이혼 사실을 알렸다. “사사로운 일이지만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운을 뗀 하뉴는 “저는 일반인과 결혼했고, (결혼 뒤) 상대방은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라며 “함께 고민하며 이러한 사태로부터 서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상대의 행복을 위해
이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뉴는 “지금도 다양한 언론 매체가 일반인인 상대방(전 아내)과 그 가족, 주변인에 대해, 그리고 저의 가족과 지인에 대해서도 비방, 스토킹, 허가 없는 취재 및 보도를 일삼고 있다. 일상 공간에서도 수상한 차량이나 인물이 배회하고,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미숙하기 때문에 저와 상대방을 계속 보호하는 일은 매우 힘들고 견디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남자 피겨
역사에 남을 스타다. 2015년 사상 최초로 총점 300점(쇼트 프로그램 100점·프리 스케이팅 200점)을 넘었고, 겨울올림픽 남자 싱글 2연패(2014·2018)에 더해 세계선수권, 그랑프리파이널, 4대륙선수권을 석권(그랜드슬램)했다. 지난해 7월 올림픽이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경기에 더는 출전하지 않고 프로 선수로 아이스쇼 등에만 전념할 뜻을 밝혔다.
정상에서 내려왔지만 미디어는 그의 일상을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18일 “일부 매체에서 (하뉴의) 아내를 찾는 움직임이 있었고 9월 들어 실명과 직업을 특정하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하뉴는 “앞으로 일반인인 상대방과 그의 가족, 제 가족과 지인에 대한 비방, 무분별한 취재·보도 등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삼가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라고 글을 맺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