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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요정, 여왕 되다

등록 2006-11-19 22:00수정 2006-11-20 10:43

김연아가 그랑프리 4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발을 들고 활주하는 스파이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파리/AP 연합
김연아가 그랑프리 4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발을 들고 활주하는 스파이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파리/AP 연합
초반 고난도연기로 후반 체력약점 극복 작전 적중
7살때 입문 뒤 국내무대 평정…하루 10시간 강훈
7살 김연아는 하얀 얼음 위 인형같은 피겨선수들이 예뻐보였다. “나도 스케이팅 타고 싶다”고 마냥 엄마를 졸랐다. 학창 시절 취미로 피겨스케이팅을 맛봤던 엄마 박미희(48)씨는 그게 보이는 것과 달리 외롭고 힘든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망설였지만 ‘이러다 말겠거니’ 싶었다.

8개월 뒤 본격적인 레슨을 받을 때까지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뒤 딸에겐 더이상 경쟁 상대가 없었다. 전국체전 초등부 1위를 시작으로 국내 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잔뜩 당겨진 활시위처럼, 어서 나이를 먹어 국제 대회에 나갈 자격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스케이트를 신은 지 정확히 10년. 마침내 소녀는 ‘요정’에서 ‘스타’로 우뚝 섰다. 김연아(16·군포 수리고2)는 1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총점 184.9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대회 우승자 안도 미키(일본·177.44점), 올초 세계 시니어피겨선수권 우승자 키미 마이스너(미국·158.03점)도 따돌렸다. 1890년대 중반 한국에 피겨스케이팅이 소개된 이래 최초의 성인 무대 우승. 이미 지난해 주니어 무대에서 한국인 첫 우승을 이뤘던 김연아는 이달 5일 열렸던 2차 대회 동메달에 이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초반 과감한 연기로 승부=전날 쇼트프로그램 1위(65.22점)에 오른 김연아는 하늘색 드레스를 차려 입고 11명 중 6번째로 은반 위에 섰다.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곡으로 고른 ‘종달새의 비상(The Lark Ascending)’에 맞춰 연기를 시작해 초반부터 ‘연속 3회전’에 이어 ‘공중 2회전반’과 ‘공중 3회전’을 연달아 성공하며 점수를 얻어냈다.

연기 후반 체력이 떨어진 김연아는 마지막 점프에서 넘어졌지만 난이도가 낮은 점프여서 1점 감점에 그쳤다. 지난 2차대회에서 첫날 1위를 하고도 체력부족으로 프리스케이팅 4위에 그쳤던 아픈 경험이 약이 됐다.

박분선 코치는 “연아가 후반에 실수를 많이 해 이번엔 초반 어려운 점프를 넣는 작전을 짰다”며 “시니어 무대를 경험한 뒤 한층 여유를 찾은 것도 금메달의 바탕이 됐다”고 기뻐했다.

연습 또 연습=연기를 끝낸 김연아의 첫 한마디는 “끝났으니 빨리 쉬자”였다. 정상 등극은 어머니의 지극한 뒷바라지와 함께 본인의 치열한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다. 김연아는 다른 운동선수에 비해 지구력이 떨어지는 대신 순발력과 유연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하루 10시간 넘는 훈련을 통해 고난도 점프를 완성시켰다.


7살때부터 다져온 기본기가 뛰어나 기본동작 위주로 연기하는 쇼트프로그램 점수가 늘 잘 나오는 편이었다. 안무 프로그램, 배경음악 등을 외국 전지훈련으로 보강해 부족했던 연기력을 끌어올리면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췄다. 김연아는 최고무대인 올림픽과 관련해, “올림픽까지 시간이 많다. 지금은 그것까지 생각 안하고 하나하나 경기를 잘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중이 많이 기억할 수 있는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미래는?=이날 김연아의 총점(184.95점)은 올 시즌 치러진 4차례 대회에서 안도 미키(192.59점)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는 김연아가 이미 세계적인 선수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실력으로 자랐음을 입증한다.

그랑프리는 올림픽, 세계선수권의 전초전 성격의 대회로 이 선수들이 다시 올림픽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사공경원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부상때문에 체력훈련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며 “파이널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세계 최정상급 선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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