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재가 사이클 남자 4km 개인추발 결승경기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하/이정용 기자
[2006도하아시안게임] 장선재 4km 개인추발 금…장윤호 감독 대이어
아들보다 짧은 아버지의 머리카락 사이로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스톱워치를 두 개나 목에 건 아버지는 경기 내내 아들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아버지가 못다한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한 아들의 발끝에 힘이 실렸다.
장선재(22·대한지적공사)가 사이클 첫 금메달을 힘차게 밟았다. 장선재는 10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아스파이어홀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 개인 추발 결승에서 4분35초433의 기록으로 일본의 니시타니 다이지(2위·4분42초081)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이클 중장거리팀 장윤호(44) 감독의 아들이기도 한 장선재는 전날 4분30초355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예고했다. 아버지인 장 감독은 선수 시절인 1982년 뉴델리아시아경기대회 단체도로 독주에서 금메달을 땄다. 4년 뒤인 서울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땄지만 연금점수 1점이 부족해 연금을 받지 못한 채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에게 자전거를 타게 한 것도 자신의 못다한 꿈을 아들이 이뤄주길 바라서였다.
아버지와 함께 대표팀에 몸담은 지난 2년은 장선재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아버지의 엄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기록이 점점 향상됐다. 상무 제대 뒤 경륜으로 가려 했던 꿈이 바뀌었다. “기록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사이클이 재밌어지더라고요.” 당장 눈앞에 닥친 목표는 이번 대회 2관왕이지만 그에겐 더 큰 꿈이 있다. “아시아대회 3연패를 이룬 뒤 지도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당차게 말한다.
“원래 내색을 잘 안 한다”는 아들의 평가를 받은 장윤호 감독. “좀 안아달라”는 주위의 요구에 아들 허리를 감쌌다가도 이내 손을 놓아버리던 장 감독도 아들의 대견한 포부에 만족하는 눈빛이다. “좋아 죽겠다”면서도 덤덤한 표정을 짓던 아버지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장선재는 12일 열리는 4㎞ 단체 추발에 나서 2관왕에 도전한다.
앞서 열린 3~4위전에 나선 황인혁(18·한국 수자원공사)은 4분38초589로 결승선을 통과해 4분39초525에 그친 이란의 메디 소라비를 제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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