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의 창춘은 지금
김양희 기자의 창춘은 지금 /
한 택시가 공회전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아등바등댄다. 더이상 못 참겠는지 3명의 손님들이 내려 택시를 밀기 시작한다. 10여분을 낑낑댄 뒤에야 택시는 움직인다. 어느 골목의 언덕길 풍경이 아니다. 중국 창춘시 왕복 8차선 대로변의 풍경이다.
지난 29일 창춘에는 눈이 3~4㎝ 왔다. 눈은 고스란히 빙판길을 만들었다. 낮 최고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이다 보니 눈이 녹을 새도 없이 얼어붙는다. 때문에 눈이 온 뒤에는 빙판길 위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차들이 대로변에 그냥 서 있거나, 빙판과의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후륜구동의 경우는 아주 미세한 경사에도 옆이나 뒤로 미끄러져, 진행 중인 차들이 황급히 피해야만 하는 아찔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스키경기가 열리는 지린시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타다 보면 거북이처럼 뒤집어진 차들도 여러대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구 720만명의 창춘시는 최근 ‘빙판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밤마다 양쪽 도로 옆의 2차선 도로만 남겨놓고, 수백여명의 건장한 청년들과 환경미화원들이 왕복 4차선을 통제한 채, 열심히 삽과 빗자루를 동원해 얼어붙은 눈을 떼고 쓸어낸다. 삽질은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나마 인민대로 같은 왕복 6~8차선 도로만 빙판길을 대충 정리하고 왕복 4차선 도로는 그대로 방치해, 차들은 그야말로 얼음판에서 미끄럼 타듯 운행된다.
31일 창춘시에는 또다시 눈이 내렸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영하 11도, 최저기온이 영하 18도라 도로는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빙판과 삽의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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