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42) SK 감독
[별별 스타] SK 공동선두 끌어올린 문경은 감독
“분위기 밝아야 에너지 나온다”
선수들 마음 읽고 자상한 배려
전원수비-전원공격 파격 실험
“아침 먹기전 자유투 200개 기본” 원조 ‘오빠부대’는 달랐다. 폼에 살고 폼에 죽어도 좋다. “전 선수들에게 멋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양복도 넥타이도 신경 써서 고른다. 머리엔 안 바르던 왁스도 칠했다. 서울 안방경기 땐 되도록 팀 색깔인 빨강 넥타이를 맨다. 그러나 외양의 멋이 전부는 아니다. 경기에 질 때 그날 입은 양복을 세탁소에 맡기는 것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분위기가 밝아야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옵니다.” 선수들은 이 ‘오빠’ 스타일 감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대행을 뗀 문경은(42·사진) 에스케이(SK) 감독이 올 시즌 농구판에 돌풍을 몰고 왔다. 19일 현재 11승4패로 공동 1위. 최근 5년간 비실비실했던 팀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12일 경기도 용인 숙소에서 만난 문 감독은 “다 선수들의 덕입니다”라며 싱글벙글했다. 초보 감독은 관행을 깼다. “감독 대행이라는 생각에 나를 드러내지 못했”지만, 꼬리표를 떼자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한 경기 승리엔 공격, 하지만 리그 우승을 위해선 수비가 필요하다. 그는 “수비력 보완”에 집중했다. 보통 2가드-2포워드-1센터가 정석이다. 문 감독은 이를 1가드-4포워드로 바꿨다. 기동성을 살리면서 골밑에서의 협력을 위한 ‘전원 수비, 전원 공격’ 전술이다. “처음엔 선배 감독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많았다. 선수들이 패턴을 몸에 익히는 게 힘들었지만 도전정신으로 밀어붙였다.” 이렇게 6개월간 단련했다. 포지션 임무 변화도 파격적이다. “(슈팅 가드였던) 김선형은 공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해 아예 가장 공을 오래 잡고 있는 포인트 가드를 맡겼다.” “김민수는 싫어하는 몸싸움을 무조건 시키지 않고 평소 원하던 외곽슛을 던지게 했다.” 모두 장점 극대화를 위해서다. 단 조건을 걸었다. “민수에게는 안(포스트)에서 나오는 공은 슛 기회니까 무조건 던지고, 가드가 주는 것은 던지지 말라고 정해줬다. 성공률을 높여야 하니까.” 공격만 하고 싶어하는 선수에겐 수비 역할 분담만 해준다면 어떤 공격도 허락했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한가지 정도는 지키는 심리를 꿰뚫었다. 아침 먹기 전 자유투 200개는 기본기를 강조하는 수단이다. 에스케이는 12명 모두 주전급이라는 게 독이다. 다른 팀에서는 20분 이상씩 뛸 수 있는 선수가 벤치를 지킨다. 문 감독은 “주전 엔트리를 짜는 게 가장 머리 아팠다. 고민 끝에 멤버 교체가 잦은 미국대학 농구팀 모델에 맞췄다”고 했다. 이제 선수들은 혼자 40분 뛰지 않고 15~20분씩 번갈아 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부드러운 화법에 섬세함을 갖춘 문 감독은 한명 한명 신경을 쓰며 접근했다. “못 뛰는 선수들까지 다 챙긴다. 오늘 2분밖에 못 뛴 선수가 있으면 3분 뛴 선수보다 한마디라도 더 한다.” 강요형이 아니라 화합형 감독의 장점은 오랜 준비에서 나왔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2001년부터 여러 감독들의 패턴을 적은 공책만 한가방이다. 지금도 들춰보면서 공부한다. 적성 농구는 연세대 최희암 감독에게서 배웠다. 무엇보다 큰 자산은 후보의 설움을 안다는 점이다. 최고의 3점 슈터로 단맛에 익숙했지만, 36살부터 은퇴하던 40살까지 5년 동안은 벤치 신세나 다름없었다. “38살에 젊은 선수의 스파링 파트너까지 했다. 죽을 맛이었지만 경기에 못 나가는 선수의 마음을 알게 됐고, 감독의 경기 운영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초반 상승세는 위험도 따른다. 문 감독은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연패를 하게 돼 선수들이 ‘내가 뛰면 안 질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면 팀은 금이 간다”고 했다. 그래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매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연패는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는 “선수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잊으면 크게 화낼지도 모른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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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수비-전원공격 파격 실험
“아침 먹기전 자유투 200개 기본” 원조 ‘오빠부대’는 달랐다. 폼에 살고 폼에 죽어도 좋다. “전 선수들에게 멋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양복도 넥타이도 신경 써서 고른다. 머리엔 안 바르던 왁스도 칠했다. 서울 안방경기 땐 되도록 팀 색깔인 빨강 넥타이를 맨다. 그러나 외양의 멋이 전부는 아니다. 경기에 질 때 그날 입은 양복을 세탁소에 맡기는 것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분위기가 밝아야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옵니다.” 선수들은 이 ‘오빠’ 스타일 감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대행을 뗀 문경은(42·사진) 에스케이(SK) 감독이 올 시즌 농구판에 돌풍을 몰고 왔다. 19일 현재 11승4패로 공동 1위. 최근 5년간 비실비실했던 팀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12일 경기도 용인 숙소에서 만난 문 감독은 “다 선수들의 덕입니다”라며 싱글벙글했다. 초보 감독은 관행을 깼다. “감독 대행이라는 생각에 나를 드러내지 못했”지만, 꼬리표를 떼자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한 경기 승리엔 공격, 하지만 리그 우승을 위해선 수비가 필요하다. 그는 “수비력 보완”에 집중했다. 보통 2가드-2포워드-1센터가 정석이다. 문 감독은 이를 1가드-4포워드로 바꿨다. 기동성을 살리면서 골밑에서의 협력을 위한 ‘전원 수비, 전원 공격’ 전술이다. “처음엔 선배 감독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많았다. 선수들이 패턴을 몸에 익히는 게 힘들었지만 도전정신으로 밀어붙였다.” 이렇게 6개월간 단련했다. 포지션 임무 변화도 파격적이다. “(슈팅 가드였던) 김선형은 공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해 아예 가장 공을 오래 잡고 있는 포인트 가드를 맡겼다.” “김민수는 싫어하는 몸싸움을 무조건 시키지 않고 평소 원하던 외곽슛을 던지게 했다.” 모두 장점 극대화를 위해서다. 단 조건을 걸었다. “민수에게는 안(포스트)에서 나오는 공은 슛 기회니까 무조건 던지고, 가드가 주는 것은 던지지 말라고 정해줬다. 성공률을 높여야 하니까.” 공격만 하고 싶어하는 선수에겐 수비 역할 분담만 해준다면 어떤 공격도 허락했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한가지 정도는 지키는 심리를 꿰뚫었다. 아침 먹기 전 자유투 200개는 기본기를 강조하는 수단이다. 에스케이는 12명 모두 주전급이라는 게 독이다. 다른 팀에서는 20분 이상씩 뛸 수 있는 선수가 벤치를 지킨다. 문 감독은 “주전 엔트리를 짜는 게 가장 머리 아팠다. 고민 끝에 멤버 교체가 잦은 미국대학 농구팀 모델에 맞췄다”고 했다. 이제 선수들은 혼자 40분 뛰지 않고 15~20분씩 번갈아 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부드러운 화법에 섬세함을 갖춘 문 감독은 한명 한명 신경을 쓰며 접근했다. “못 뛰는 선수들까지 다 챙긴다. 오늘 2분밖에 못 뛴 선수가 있으면 3분 뛴 선수보다 한마디라도 더 한다.” 강요형이 아니라 화합형 감독의 장점은 오랜 준비에서 나왔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2001년부터 여러 감독들의 패턴을 적은 공책만 한가방이다. 지금도 들춰보면서 공부한다. 적성 농구는 연세대 최희암 감독에게서 배웠다. 무엇보다 큰 자산은 후보의 설움을 안다는 점이다. 최고의 3점 슈터로 단맛에 익숙했지만, 36살부터 은퇴하던 40살까지 5년 동안은 벤치 신세나 다름없었다. “38살에 젊은 선수의 스파링 파트너까지 했다. 죽을 맛이었지만 경기에 못 나가는 선수의 마음을 알게 됐고, 감독의 경기 운영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초반 상승세는 위험도 따른다. 문 감독은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연패를 하게 돼 선수들이 ‘내가 뛰면 안 질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면 팀은 금이 간다”고 했다. 그래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매 경기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연패는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는 “선수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잊으면 크게 화낼지도 모른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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