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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없으니 다 불살라야죠”

등록 2012-11-28 20:25수정 2012-11-28 21:44

서장훈(KT)이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상대 선수에게 맞아 입술이 찢어진 뒤 거즈를 물고 경기하고 있다.
KT 제공
서장훈(KT)이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상대 선수에게 맞아 입술이 찢어진 뒤 거즈를 물고 경기하고 있다. KT 제공
별별 스타 ㅣ 얼굴 70바늘 꿰맨 투혼의 서장훈
마지막 시즌 혼신의 힘
‘코트의 반항아’ 평가는 억울
이젠 불만 있어도 꾹 참아
“농구장도 야구장처럼
온가족 문화공간 됐으면”

이 남자, 상태가 말이 아니다.

프로농구 개막 한달여 만에 얼굴을 총 70바늘 꿰맸다. 상대 선수에게 맞아 눈언저리가 찢어지고 살점이 파이고 입술이 터졌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살인 ‘노장’이 붕대를 감고 거즈를 물고 만신창이가 되어 코트에 섰다. ‘왜 나만 갖고 그러나’ 하는 표정인데 “워낙 견제를 많이 당해 익숙하다”며 웃는다. ‘부상 투혼’으로 농구판을 달구는 서장훈(38·KT)을 팀 연고지인 부산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 “기록 연연 안해” 28일까지 18경기(평균 22분40초)에 출전해 평균 10.6득점 3.7튄공잡기를 기록했다. 경기당 20점대를 넣던 전성기에 견줄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시즌을 당당하게 마무리하려는 듯 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이 정도로 투혼 소리 듣는 게 쑥스럽다”면서도 기분은 좋아 보였다. “늘 하던 대로 하는데 지난 시즌 너무 부진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웃음)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내년에 잘하면 되지’가 이젠 안 되잖아요. 다음은 없으니까 지금 다 보여줘야죠.” 기록과 출전 시간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스스로 나태함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체력은 부족할지언정 오기로 악으로 버틴다. 이전엔 몸싸움을 기피하고 외곽으로 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몸 곳곳 상처를 보면 그건 아니다. 그는 용병과 매치업돼 골밑 싸움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판정 불만, 과했던 점 인정” 지난 시즌 농구 인생 최대의 슬럼프를 겪었다. “늘 치열하게 해왔다고 자부했는데” 처음으로 팽팽하게 잡고 있던 끈을 놓아버렸다고 한다. “개인적인 문제, 부상 등이 겹치면서 ‘이제 나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포기했다면 서장훈이 아니다. “당당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인생을 살고 싶어” 그는 다시 일어섰다.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어도 이젠 웬만해선 참는다. 또 과했던 점을 인정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던 시절 2m 넘는 키에 민첩성, 득점력까지 가진 그는 ‘절대 강자’였다. 상대 수비는 견제할 방법이 없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를 자극했다. 일일이 항의하다 보니 어느새 ‘코트 위의 반항아’가 됐다. “솔직히 팔꿈치로 치는데 성인군자처럼 참을 수 있겠어요? 비신사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진짜 비신사적인 것은 먼저 이상한 짓을 하는 거죠.” 그러면서 “그러나 제가 과했던 부분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이젠 참으려고요”라며 웃었다.

■ 코트 밖에선 ‘달변가’ 코트에서와 달리 코트 밖 서장훈은 유쾌했다. “단것을 안 좋아한다”기에 “까다롭다”고 말하자 “착한 거다”며 되받아친다. 무뚝뚝해 보이는데 달변가다. 한가지 질문을 꺼내면 “자 생각해봐요”라며 ‘교회 오빠’처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스마트폰 등 기계를 빼곤 트렌드에 민감하고, 비시즌 땐 한달에 한권 이상 책도 읽는다고 한다. “아무리 운동선수라도 뭐 좀 알아야 살지.(웃음)” 최근의 정치, 시사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말한다. 문화적 시각에서 농구의 전망을 제시했다. “문화를 팔 줄 알기 시작하면서 야구가 정착했어요. 농구장이 야구장처럼 가족이 함께 와서 볼 수 있는 문화공간인가를 곱씹어 봐야 해요.”

현역 최고참 선수로 20년 넘게 뛰면서 농구대잔치 우승에 최우수선수, 국가대표를 거머쥐었다. 누구도 깨기 힘든 프로 최다 득점·튄공잡기 기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유명세엔 명암이 있다. 100% 자신이 원하는 농구를 하기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스타가 돼 있었다. “나에 대한 평가나 비난과 어느 정도 타협했어요. ‘자기 득점만 한다’는 비판이 들리면 일부러 줄였어요.” 그래서일까. 그는 마지막이 될 올 시즌 승부에 혼신의 정열을 담아 코트에 나서고 있다.

부산/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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