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오른쪽)가 20일(한국시각) 유럽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 우승한 빅토르 안(안현수)에게 손가락 욕설을 날리고 있다. 드레스덴/AFP 연합뉴스
4관왕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네덜란드 선수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겼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20일(한국시각)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4 유럽 쇼트트랙 대회 남자 5000m 계주에 출전한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가 안현수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메달을 박탈했다. 크네흐트는 앞서 뛴 다른 종목에서도 실격 처분됐다. 러시아대표팀의 안현수는 1000m·3000m 슈퍼파이널·5000m 계주 금메달로 전날 500m 우승까지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 종합우승도 차지했다.
안현수는 특히 마지막 5000m 계주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네덜란드를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추월해 극적인 역전우승을 이뤄냈다. 안현수와 러시아 선수들에게는 짜릿한 역전 우승이지만, 네덜란드 선수들에게는 좌절이었다. 네덜란드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크네흐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승선을 통과한 뒤 양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안현수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크네흐트는 오른발로 얼음을 차는 등 화풀이를 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은 크네흐트의 이런 비신사적인 행동을 문제삼으며 크네흐트에게 이번 대회 모든 경기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실격 판정을 내리기로 했다. 크네흐트는 이번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개인 종합 3위에 올랐지만 크네흐트의 모든 기록은 삭제됐다. 단 네덜란드의 5000m 계주 은메달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크네흐트가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크네흐트는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는 이기기 위해서 이곳에 왔지만 좌절감만을 맛보고 돌아가게 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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