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겨울올림픽
네덜란드, 남자 빙속 싹쓸이 행진
강했던 장거리에 단거리도 점령
수로 얼면 스케이트 즐기는 나라
축구 다음으로 대중적 인기 높아
첨단 장비·과학적 훈련도 큰 역할
네덜란드, 남자 빙속 싹쓸이 행진
강했던 장거리에 단거리도 점령
수로 얼면 스케이트 즐기는 나라
축구 다음으로 대중적 인기 높아
첨단 장비·과학적 훈련도 큰 역할
스피드스케이팅에 ‘오렌지 광풍’이 거세다. 오렌지색으로 상징되는 네덜란드 빙상대표팀은 10일 현재 2014 소치올림픽에서 수확한 7개(금3, 은2, 동2)의 메달을 모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일궜다. 8일 남자 5000m 금·은·동에 이어 10일 남자 500m에서도 금·은·동을 휩쓸었다. 여자 3000m 금메달 등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메달 9개 중 7개(10일 기준)를 가져갔다. 전통적으로 장거리에 강점이 있었지만, 소치에서는 단거리까지 영역을 넓혔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는 남자 500m 메달이 없었다. 500m에서 4위를 한 모태범조차 “내 기록은 밴쿠버 때보다 잘 나왔는데, 네덜란드 선수들이 잘했다”고 말할 정도다.
자연조건과 선수들의 타고난 신체조건은 네덜란드 강세의 배경이다. 지리적으로 국토의 25%가량이 해수면보다 낮아 수로가 잘 발달돼 있어 겨울만 되면 나라 곳곳이 빙판으로 변한다. 빙판이 된 수로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등교하는 게 낯설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손쉽게 스케이트를 접하니 스피드스케이팅은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다. 200㎞ 이상의 코스를 달리는 100년 전통의 11개 도시 투어 대회에는 4만명이 참가하기도 한다. 캐나다의 <글로브 앤드 메일>은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물고기가 수영을 하는 것처럼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중장거리 선수만 수십만명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신체조건도 뛰어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네덜란드 남성의 평균 신장은 183㎝(21살 기준)로 유럽에서 가장 크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속도를 겨루는 싸움이라 큰 키와 긴 다리의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추진력을 내기에 유리하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면 두세 번의 스트로크로 갈 거리를 한번에 갈 수 있다. 네덜란드 남자 대표팀도 1명을 제외하고 모두 180㎝가 넘는다.
과학적인 선수 육성 방식과 세밀한 기술력도 꼽힌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관계자들은 “훈련 프로그램이 한국에 견줘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선수 육성 시스템 등이 체계적”이라고 했다.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개인별로 맞춤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980년대 연구를 시작해 스케이트 날 뒤쪽이 부츠와 분리되는 클랩스케이트를 개발했고, 이 스케이트를 신고 나간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휩쓸었다. 대회가 열리는 빙상장의 얼음조각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얼음입자에 잘 맞는 날을 스케이트화에 사용한다는 얘기도 있다. 날의 종류만 100여개. 우리나라 선수들도 부츠는 따로 제작하지만, 날은 모두 네덜란드 것을 사용한다.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주는 국가 차원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네덜란드는 국가 차원의 헌신이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의 뿌리”라고 분석했다. 키가 키고 체격이 좋으면 자칫 스케이팅이 투박해 단거리에 약한 단점을 이런 노력으로 이겨냈다. 5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쌍둥이 형제 미헐과 로날트 뮐더르도 어렸을 때부터 온갖 지원 속에 집중적으로 훈련을 해온 숨은 강자였다.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단숨에 스타가 된다. 5000m 우승자 스벤 크라머르는 가족들까지 광고에 나올 정도로 부와 명예 그리고 인기를 얻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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