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빅토르 안·오른쪽)가 10일(현지시각)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동메달을 딴 뒤 러시아 국기를 몸에 감고 우승자 샤를 아믈랭과 악수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다관왕 노려
“전설의 선수 이겨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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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선수 이겨 기쁘다”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30)에게 안현수(29)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아믈랭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처음 알린 대회는 2005년 중국 베이징 쇼트트랙 세계대회지만 주인공은 안현수였다. 당시 스무살 안현수에겐 적수가 없었다. 안현수가 1500m 금메달을 비롯해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포함해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아믈랭은 5000m 계주 금메달과 500m 은메달을 땄다. 2003년 바르샤바 대회부터 2007년 밀라노 대회까지 안현수는 세계대회 5연패를 달성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의 결과도 비슷했다. 안현수가 금 3개, 동 1개로 ‘쇼트트랙 황제’가 되는 모습을 무관의 아믈랭은 지켜만 봤다. 악연은 2007년에도 계속됐다. 이탈리아 밀라노 세계대회에서 아믈랭은 500m, 안현수는 1000m 금메달을 나눠 가졌지만 5000m 계주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면서 종합우승은 또다시 안현수에게 돌아갔다.
7년이 흘러 둘은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다시 만났다. 10일 1500m 결승전은 둘의 달라진 모습이 드러난 한판이었다. 국적을 바꾼 안현수는 부상 여파 등으로 과거보다 지구력이 떨어졌다. 출발이 좋아 단거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던 아믈랭은 지구력까지 끌어올렸다. 레이스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던 아믈랭은 여섯 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나간 뒤 결승선에 가장 먼저 도착해 금메달을 땄다. 안현수는 세 바퀴를 남기고 3위로 올라섰으나 과거 같은 막판 역전 질주를 보여주진 못했다.
아믈랭은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안현수를 꺾었지만 한때 ‘한 수 높은’ 라이벌에 대한 환대를 잊지 않았다.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아믈랭은 “안현수가 돌아와 기쁘다. 2007~2008년의 그는 정말 대단했다. 내가 이기고 싶은 유일한 선수였다”고 말했다. “그런 전설의 선수를 이겨 기쁘다”고 덧붙였다.
둘은 500m와 1000m, 5000m 계주 승부를 남겨두고 있다. 불꽃대결이 될 500m는 22일 열린다. 2010년 밴쿠버 대회 승자는 아믈랭이었고, 쇼트트랙 500m에서 올림픽을 2연패한 선수는 없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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