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 차관이 주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엘리트·생활체육 단체통합’ 추진 방식에 반기를 들었던 이기흥(61) 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이 초대 통합체육회 회장에 당선됐다. 문체부가 물밑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진 장호성(61) 단국대 총장을 크게 따돌렸다. 이기흥 전 부회장은 당선 뒤 ‘문체부와 각을 세웠다’는 지적에 대해 “이견은 대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앞으로 문체부와의 관계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후보는 총유효표 892표 중 294표를 얻어 5명의 후보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장호성 후보가 213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고, 전병관(61) 경희대 교수가 189표, 이에리사(61) 전 국회의원은 171표, 장정수(65) 전 볼리비아올림픽위원회 스포츠대사는 25표를 획득했다. 이날 투표장에는 선거인단 1405명 중 892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63.5%를 기록했다. 전국체전(7일 개막)을 앞두고 있어 예상보다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기흥 당선자는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맡아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고, 2004~2009년 대한카누연맹 회장을 거쳐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수영연맹 정○○ 부회장 등 집행부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한국선수단 단장을 맡았고, 2013년부터 올해까지 체육회 부회장으로도 일했다.
이기흥 당선자는 선거 뒤 “대한체육회의 내부적인 일은 상임감사와 사무총장이 해도 충분하다”며 “나는 대한체육회의 재정자립과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최우선 목표를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선 “조급한 일정 속에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다. 양 단체가 물리적 통합만 했다. 화학적 통합, 온전한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문체부의 주도로 올해 체육단체가 통합되면서 체육계와의 갈등이 깊어졌고, 이 갈등은 그대로 이번 선거에도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기흥 당선자는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 문체부와 대척점에 서 있었다. 이번 선거 출마 과정에서도 선거규정 논란을 빚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고서야 후보로 나설 수 있었다.
이기흥 당선자는 6일 당선증을 받고 문체부의 승인을 받은 뒤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 통합체육회장은 연 4000억여원의 예산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등록선수 600만명을 관리하는 책임자다. 엘리트체육에서는 국가대표 우수선수 양성, 국제교류, 국제대회 개최 등을 지원하고, 생활체육 쪽에서는 생활체육 프로그램 지원, 종목 보급, 지도자 활동 지원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이기흥 당선자가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엘리트와 생활체육 할 것 없이 우리는 하나다. 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나도 참여하고 너도 참여하는 조화로운 통합 체육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엘리트·생활체육 두 단체 통합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면서 선거인단도 크게 1500명에 육박하는데다 5명의 후보가 난립해 막판까지 안갯속이었다. 직전인 2013년 체육회장 선거 때만 해도 선거인단이 대의원 50여명에 불과했으나 이번 선거부터는 선거인단이 30배가량 늘었다. 종목과 지역, 동호인 수 등 수많은 변수를 기준으로 모두 1만5000명을 추천받았고 이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10분의 1로 줄였다. 최종적으로 체육회 대의원 62명, 회원종목단체 710명, 시·도체육회 278명, 시·군·구 체육회 355명 등으로 구성됐으나 선거인단의 연령대나 성향 등을 금방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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