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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중국의 ‘나쁜 손’, 평창도 걱정됩니다

등록 2017-02-24 20:27수정 2017-02-24 21:24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김경무
스포츠팀 선임기자 kkm100@hani.co.kr

독자 여러분, 혹시 겨울철에 동네 아이스링크나 야외 얼음판에서 스케이트 타 보셨나요? 저는 두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집 근처에 있는 덕양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경기도 고양시)에 함께 자주 다니곤 했는데, 111.2m의 트랙을 한두 바퀴만 돌아도 양 발목이 아파서 주저앉던 기억이 납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이정수 선수가 지난해 말 <한겨레>와의 인터뷰 때 트랙만 하루 5시간 돌며 훈련한다고 한 말에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거두절미하고, 현재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그중에서 지난 22일 끝난 쇼트트랙 승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중국 선수들의 ‘나쁜 손’에 대한 얘기입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선수들한테는 정정당당한 승부, 즉 페어플레이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아닐까요? 하나 더 중요한 게 심판들의 공정한 판정이지요. 이번 겨울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메달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것을 보면서 짜릿함도 많았지만, 불편함을 느꼈던 것도 바로 이런 점들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21일 여자 500m 파이널A 경기가 그랬습니다. 4명이 금·은·동메달을 다투게 됐는데, 한국의 심석희, 중국의 판커신·짱이쩌, 일본의 이토 아유코가 출발선에 섰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중·장거리(1000, 1500m)에서는 강하지만, 단거리인 500m에서는 비교적 약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중국 여자 1인자 판커신이 처음부터 선두로 치고 나서 금메달이 유력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심석희가 인코너로 파고들며 선두로 나섰는데, 손쓰기 등 비신사적 행동으로 이미 악명이 높은 판커신이 거칠게 몸싸움을 걸었습니다. 텔레비전 중계화면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국내 취재진이 찍은 사진을 보니 판커신이 바깥쪽에서 돌며 왼손으로 심석희의 오른쪽 정강이를 잡아채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혔습니다. 그러자 심석희는 주춤했고, 마지막 코너를 거의 돌아설 때는 판커신 팔에 코까지 얻어맞는 장면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의 제2 선수 짱이쩌가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이거야말로 어부지리 아닌가요. 그런데도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판커신과 함께 심석희의 실격을 선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하나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쇼트트랙에서는 비합리적인 판정이 나와도 코치진이나 선수들이 대놓고 항의를 하지 못한다고 한 국가대표 선수가 그러더군요. 그랬다가는 나중에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 한 경기로 쇼트트랙이 끝나는 게 아니고, 앞으로도 자주 그 심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라네요. 이 대목에서 2002 솔트레이크시티겨울올림픽 때,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에 한국 남자 간판스타 김동성이 금메달을 박탈당한 뒤 심판들한테 항의도 못한 채, 금메달 감격에 겨워 흔들던 태극기를 빙판 위에 놓고 어이없어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당사자인 김동성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에게 물어봤더니 “2002년 솔트레이크겨울올림픽 남자 1000m 준결승 영상을 보세요. 리자쥔이 제 오른쪽 정강이를 코너 바깥쪽에서 뒤로 확 잡아채는 장면이 나옵니다”라며 “코너를 돌다가 다리를 잡히면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데 심석희가 이번에 버틴 것은 용하다”고 했습니다. 경기 뒤 비디오 판독을 하면 반칙이 드러날 텐데 왜 판커신은 이날 심석희의 다리를 잡아챘을까요? 어차피 자신이 금메달을 따지 못할 바에는 심석희를 걸고 넘어지는 게 낫다, 그러면 자신의 동료 짱이쩌에게 금메달이 갈 것이다, 혹시 이런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닐까요. 저는 그런 생각을 아직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판커신은 2014 소치겨울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도 박승희가 1위로 골인하는 순간, 바로 뒤에서 손으로 옷을 잡아채려는 동작을 펼쳐 비판대에 오른 장본인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이번에 한국 선수들은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 8개 중 5개를 가져왔습니다. 남녀 1000m 등 개인종목에서 보이지 않게 이른바 ‘팀플레이’를 해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특정 중국 선수처럼 손을 쓰는 등 비신사적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걱정됩니다. 내년 평창겨울올림픽이. 중국 선수들의 그 나쁜 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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