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떨떨했어요. 농구를 오래하다 보니 이런 좋은 일도 생기네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의 여성 기수로 선정된 여자농구 대표팀 ‘맏언니’ 임영희(38·우리은행)는 지난 한주 동안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정말 큰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임영희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선수단 결단식에서 개막식 공동입장 기수로 선정된 사실을 알았다. 남북 공동입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이 11번째다. 여자농구 선수로는 최초의 남북 공동입장 기수였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정은순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정은순은 북쪽 박정철(유도)과 나란히 한반도기를 들었다. 이후 ‘남녀북남’과 ‘남남북녀’ 차례로 기수를 맡는 관례가 생겼고, 가장 최근인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남쪽 원윤종(봅슬레이)과 북쪽 황충금(아이스하키)이 한반도기를 함께 들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남녀북남’ 차례에 따라 남쪽 임영희가 선정됐다. 북쪽 남성 기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영희는 “북쪽 기수가 이미 정해진 줄 알았다”며 “역사적인 순간인 만큼 북쪽 기수와 호흡을 잘 맞춰 실수 없이 잘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임영희는 서른살 넘어 이적한 우리은행에서 ‘맏언니’로 팀을 6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이끌었고, 자신은 32살 때인 2013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대기만성형 선수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주장이기도 한 그는 “북쪽 선수들이 착하고 성격도 좋다. 전혀 어색함이 없다”며 “모든 선수들이 서로 배려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남쪽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선수가 꽤 있고, 북쪽은 합동훈련 합류가 늦어져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점차 손발을 잘 맞추고 있다”며 “반드시 금메달을 따 우리 민족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여자농구 단일팀은 13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해 15일 개최국 인도네시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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