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여자더블스컬에서 단일팀을 이룬 남쪽의 송지선(왼쪽)과 북쪽의 김은희가 20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조정 코스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예선전 뒤 밝게 웃고 있다.
조정 남북 자매가 경량급 더블스컬 예선을 치르며 메달 획득을 향한 예열을 마쳤다.
송지선(21·한국체대)과 김은희(17)가 짝을 이룬 남북 단일팀은 20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조정·카누 레가타 코스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예선에서 8분16초16의 기록으로 6개국 가운데 5위로 들어왔다.
2㎞ 레이스 중 첫 500m를 통과할 당시만 해도 중국과 이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던 단일팀은 1000m에서 5위로 처진 이후 끝내 순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선두 중국(7분42초83)과는 33초33 차였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일본과도 16초 정도 차이가 났다. 이 종목은 출전 팀이 적어 6개 팀 모두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은 결선 레인 배정을 위한 대결이었다.
남쪽의 송지선은 경기가 끝난 뒤 “처음에는 연습한 대로 잘 나왔는데 거센 파도에 실수한 뒤 좀처럼 회복이 안됐다”고 말했다. 파도에 걸리면서 노를 놓칠 뻔했고, 페이스가 흩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나 “맞춰본 지 얼마 안 돼 타면 탈수록 좋아지고 있다. 결선까지 실수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쪽의 김은희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안됐다. 24일에는 더 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예선에서 하위권에 처진 것이 레인 배정에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 팔렘방 조정 코스는 역풍이 불어 기록은 대체로 저조하다. 끝쪽 레인에 배정받으면 바람의 영향을 조금 덜 받을 수 있게 됐다. 북쪽 관계자는 “결선 때 유리한 레인을 배정받으려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통상 1~2년을 준비하는 다른 나라 팀들을 상대로 송지선-김은희 짝은 겨우 20여일 훈련 뒤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도 빠르게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김은희가 앞에 타고 뒤쪽을 송지선이 맡는데, 둘은 신체조건에서도 조화를 이룬다. 더블스컬은 통상 체력이 좋은 사람이 앞에 타서 리듬을 잡고, 뒷 사람은 보조를 맞춘다. 55㎏인 송지선이 김은희(59㎏)보다 가벼워, 뒤로 움직이는 조정경기에서 궁합이 딱 맞는다. 여자 더블스컬은 1인이 59㎏을 넘을 수 없고 2인 평균 57㎏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송지선은 “제가 몸무게가 덜 나가는 편이라 (김은희가) 체중 조절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두 사람은 이날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하며 남다른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은희는 그동안 남쪽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았지만 이날 송지선의 주선과 북쪽 관계자의 허락을 거쳐 짧은 소감을 밝혔다.
팔렘방/글·사진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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