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부상 때문에 머리에 두른 붕대가 핏빛으로 물든 그는 태극기를 온몸에 두르고 관중석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22개월 된 딸 서윤이를 안았다. 그리고 어머니와 큰아버지, 아내, 딸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22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어셈블리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97㎏급 결승에서 조효철(32·부천시청)이 중국의 디 샤오한테 5-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이 따낸 11번째 금메달이다.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사흘 전 자카르타에 온 아내 김영진(27)씨는 이날 남편이 금메달을 딴 뒤 <한겨레> 기자와 만나 “남편은 한다면 하는 성격이다. 해낼 줄 알았다. 금메달을 딸 것으로 굳게 믿었다”며 기뻐했다. 2016년 결혼한 그는 “경기장에 올 때마다 남편이 항상 이겼다”며 “금메달을 따 아이에게 자랑스런 아빠가 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켰다”고 덧붙였다.
아내 김씨는 남편이 오른팔을 펴지 못할 정도로 몸상태가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수술을 하면 재활 시간까지 오래 걸려 수술도 못하고 버텼다”며 “이제 나이도 있고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쓰러운 마음을 전했다.
조효철은 이날 카자흐스탄의 에코브 우수르와의 8강전에서 이마가 찢어져 붕대를 감고 싸워야 했다. 그러나 8강전에서 6-1로 승리한 뒤 4강전에서 이란의 알리 악바르 헤이다리한테 4-3 신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했다.
조효철은 3분 2피리어드로 진행된 결승에서 1피리어드 1분25초 만에 상대 반칙으로 1점과 함께 파테르 공격 기회를 잡았다. 온 힘을 다해 상대를 끌어올렸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어 1피리어드 종료 27초 전 그라운드 기술로 2점을 빼앗겨 1-2로 역전당했다. 곧바로 7초 뒤엔 2점을 더 빼앗겼다. 1피리어드를 1-4로 마친 조효철은 패색이 짙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피리어드에서 순식간에 자세를 낮춘 뒤 메치기를 시도해 상대를 매트에 정확하게 내리꽂았다. 4득점. 스코어를 5-4로 뒤집었다. 남은 시간을 실점없이 잘 버텼고, 마침내 포효했다.
글·사진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