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케에 리카코. 자카르타/AP 연합뉴스
24일 오전(현지시각) 수영 자유형 여자 50m 예선이 펼쳐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글로라 붕카르노(GBK) 수영장. 각 나라 미디어의 관심은 온통 일본의 고교생 수영선수한테 집중됐다. 주인공은 이케에 리카코(18). 예선 4조에서 팀 동료 야마모토 마유카와 함께 나란히 물살을 가른 그는 16명이 뛴 예선에서 25초09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그는 이어 저녁 결선에서 24초53으로 중국의 류상(22)을 0.07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 이번 대회 무려 6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이케에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7관왕에 오른 북한 사격의 ‘전설’ 서길산에 이어 아시안게임 단일 종목에서 두번째로 많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된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의 스타로 이름을 알리는 그는 대회 최우수선수(MVP)도 사실상 예약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수영선수가 천직이었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그를 집안 욕조에서 낳았다. 이름도 ‘연못과 강 위에 핀 꽃’이라는 뜻이다. 3살 때 수영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고, 5살 때 자유형, 배영, 접영, 평영 등 4가지 영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케에는 중 3때이던 2015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를 따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특히 접영 여자 100m에서는 일본기록을 갈아치우며 일본 수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일본 사상 최다인 7개 종목에 출전해 몸을 푼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자카르타로 출국하기 직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가는 종목에서는 모두 우승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리고 이 말은 현실이 됐다.
이케에는 수영 경영 첫날이던 19일 계영 여자 400m를 시작으로 20일 접영 여자 50m와 자유형 여자 100m, 21일 접영 여자 100m, 23일 혼계영 여자 400m에서 거푸 금메달을 따내며 5관왕에 올랐다. 계영 800m와 혼성혼계영 400m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24일 저녁 열리는 자유형 여자 50m 금메달도 이변이 없는 한 그의 목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케에의 최대 장점은 타고난 신체조건이다. 170㎝의 큰 키에 물갈퀴 구실을 하는 발 사이즈가 웬만한 성인 남성과 비슷한 265㎜에 이른다.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수영계는 천재 수영선수의 탄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케에 자신도 최전성기를 맞는 20살 때 자국에서 올림픽을 맞는 행운을 안았다. 도쿄올림픽에서 과연 금메달을 몇개나 쓸어담을지 지구촌 수영계의 관심이 벌써부터 그에게 모아지고 있다.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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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 아시안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