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 거리와 가장 짧은 거리를 달리는 두 여성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육상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한국 육상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땄지만 4년 전 안방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육상 노골드는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36년 만의 수모였다.
육상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여자마라톤 김도연(25·K-water)과 여자 100m허들의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이다. 한국 여자 마라톤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이미옥이 동메달을 딴 이후 한 번도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김도연은 한국 육상과 한국 여자마라톤의 숙원을 동시에 짊어졌다.
김도연은 인천 아시안게임 때 5,000m와 10,000m에 출전했지만 각각 12위와 10위에 그쳤다. 다른 주자가 한 바퀴를 돌아 그를 역전하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김도연은 2016년 마라톤으로 전향한 뒤 아시아가 주목하는 샛별로 떠올랐다. 마라톤 풀코스 세번째 도전이던 지난 5월2일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5분41초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1997년 권은주가 세운 2시간26분12초를 21년 만에 31초 앞당긴 것으로, 올 시즌 아시아 랭킹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서 키르와 으니세 예프키루이(바레인)가 우승했을 때 기록이 2시간25분37초였다.
김도연의 경쟁자는 바레인, 일본, 북한 등이다. 개인 최고기록 2시간24분05초의 데시 모코닌, 2시간24분14초의 로즈 첼리모(이상 바레인), 2시간26분19초의 다나카 하나에(일본), 2시간27분대 기록을 꾸준히 내는 김혜성과 조은옥(이상 북한) 등과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경기시간이다. 대회조직위원회가 교통상황과 날씨 등을 감안해 현지시각으로 26일 아침 6시(한국시각 아침 8시)에 열기로 했기 때문에 새벽 3~4시께부터 몸을 풀어야 한다. 김도연은 “완주하면 메달은 자신있다. 경기 때 얼마나 참고 버티느냐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뀔 것이다. 금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혜림은 13초11로 올해 여자 100m 허들 아시아 랭킹 2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1위는 중국의 우수이자오. 정혜림에 불과 0.03초 앞선 13초08이다. 정혜림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고, 2014년 인천 대회에서는 마지막 허들에 걸려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상실감이 컸지만 다시 의욕을 불태웠다. 2017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올해도 꾸준히 13초1대를 뛰며 안정감을 보였다.
정혜림은 “2014년 인천 대회 결승은 내 생애 최악의 경기였다. 3번의 아시안게임 중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다. 평균기록에서 내가 경쟁자를 앞서고 있으니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42.195㎞를 달리는 ‘샛별’ 김도연과 100m에서 허들 10개를 넘어야 하는 ‘허들 공주’ 정혜림은 나란히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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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 아시안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