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단일팀 로숙영(왼쪽)과 박지수가 지난 30일 인도네시아 글로라 붕카르노(GBK)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대만과의 4강전에서 교체된 뒤 벤치로 들어오면서 손을 마주치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종합 28위. 남북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COREA)을 구성해 거둔 성과다. 아시아의 46번째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 나서 조정,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여자농구 등 3종목(9개 세부경기)에서 메달 4개라는 빛나는 결실을 얻었다.
남북은 탁구 등 단일종목 대회에서 시작해 지난 2월 평창올림픽에서는 국제 종합대회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해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마침내 시상대에서 한반도기가 휘날리고 아리랑이 울려퍼지는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 7월29일 북쪽의 조정·카누·여자농구 선수들이 방남해 남쪽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북쪽의 34명(감독 8명, 선수 26명)과 남쪽의 38명(감독 5명, 선수 33명) 등 72명으로 구성된 단일팀은 충북 진천선수촌과 충주 국제조정경기장에서 한달이 안 되는 짧은 시간 고강도 합동훈련을 펼쳤다.
남북은 문화가 다르고 종목 기술·용어가 달라 서로 익숙하지 않았지만 한민족이라는 동질감으로 쉽게 하나가 됐다. 경기 용어는 북쪽의 용어로 통일했다. 외래어가 많은 남에 비해 북은 순우리말을 사용해 따로 설명이 필요 없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남쪽이 앞장섰다. 아무래도 조정·카누 등은 남쪽보다는 북쪽에 더 생소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단일팀은 스스로에게 자신감도 필요했다. 아무래도 훈련기간이 짧다 보니 안팎으로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김광철 카누 용선 북쪽 감독은 “처음 올 때는 메달을 딸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감이 있었다”며 “40도가 넘는 뜨거운 열풍 속에서 북과 남의 사기가 대단히 높았다. 민족의 단합된 힘을 얻겠구나 하는 신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단일팀이 고대하던 종합대회 첫번째 메달이 기대하지 않았던 카누 용선 여자 200m에서 나왔다. 단일팀은 동메달을 목에 걸며 시상대에 처음 등장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줬다. 하루 뒤엔 용선 여자 500m 결선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반도기가 게양되고 아리랑이 국가로 연주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완성되며 한반도에 울림을 전했다.
폐막 하루 전인 1일에는 여자농구 단일팀이 아시아 최강 중국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투혼을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남과 북 선수들은 만리장성을 넘지 못한 억울함과 헤어짐의 아쉬움에 눈물을 쏟았다.
남쪽은 북쪽에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남북이 힘을 합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짧은 훈련으로는 더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자농구 단일팀 이문규 감독은 “훈련기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고 했다.
종목별 쿼터 등 올림픽 단일팀 출전 문제, 일상적 단일팀 구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남북의 조속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팔렘방/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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