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남북단일팀 주장 임영희(왼쪽)가 3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 북으로 떠나는 김혜연을 안아주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숙영이 너 냉면 먹고 살쪄서 올 거지?”
남쪽 선수 김소담이 동갑내기 북쪽 선수 로숙영을 놀렸다. 그러자 로숙영은 웃으면서 아니라고 손짓했다. 남쪽 혼혈선수 김한별은 로숙영의 옷에 뭐가 묻은 것처럼 연기하자 로숙영은 “속은 줄 알았지?”라며 맞받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낸 여자농구 남북단일팀은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선수촌에서 이별의 정을 나눴다. 그러나 남과 북 선수들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통일농구대회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어서 눈물 대신 환한 웃음이 넘쳤다.
지난달 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나 34일간 동고동락한 선수들은 오랜 친구들처럼 다정했다. 남쪽 선수단은 이날 오후 비행기로 자카르타를 떠나는 북쪽 정성심 코치, 로숙영, 장미경, 김혜연과 함께 선수촌 식당에서 마지막으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선물과 사인을 교환했다. 이어 남쪽 선수단은 북쪽 선수단이 버스 타는 곳까지 나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북쪽 선수들은 남쪽 언니·동생들과 하나하나 포옹을 나눴다. 정성심 코치는 남쪽 선수들의 손을 꼭 잡고 눈을 오래 맞추며 “건강 돌보면서 하라”고 따뜻한 말을 건넸다. 남쪽 선수단도 북쪽 선수들과 손을 꼭 잡고 다정한 말을 건넸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탄 북 선수들과 버스 밖의 남 선수들은 버스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 서로 손을 흔들었다.
밝은 표정으로 의연함을 잃지 않던 이문규 단일팀 감독은 선수들이 떠난 뒤 비로소 눈물을 보였다. 그는 “(북쪽) 선수들 너무 착하고 귀엽고 우리 선수들하고 잘 어울려 고마웠다”며 “참 좋은 선수들이 왔다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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