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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빙상인연대 ‘성폭력 폭로’ 기자회견 왜 연기했나

등록 2019-01-14 11:50수정 2019-01-14 20:30

선수들 부담 느껴…“선수 없이 할 수도”
게티 이미지뱅크
게티 이미지뱅크

젊은빙상인연대가 14일 열기로 했던 빙상계 성폭력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연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지난 8일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력 사건이 터지자 빙상계에 성폭력 피해 선수 2명 이상이 더 존재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성폭력 가해자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젊은빙상인연대의 기자회견으로 ‘체육계 미투’가 촉발될 것이라는 기대는 일단 유보됐다. 젊은빙상인연대의 법률자문을 맡은 박지훈 변호사는 이날 “피해 선수들이 나서기를 꺼리고 있으며 부모들도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며 “예정된 날짜(14일)에 기자회견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빙상계 내부에서 피해 선수들에게 실제 압박이 가해지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압박)이 없다고 하진 않겠다”고도 말했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도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젊은빙상인연대가 기자회견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여 대표는 “(시일을 못박을 수는 없지만)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가 최근 발표한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1.7%가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고, 일반 선수들의 2.7%가 성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쇼트트랙의 심석희를 비롯해 은퇴한 유도 선수 신유용의 성폭력 피해 증언이 나오는 등 체육계에 본격적인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현역 선수들이 ‘미투’를 할 경우 당장 지도자와 대립적인 관계에 서게 되고, 자칫 선수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주변의 관심이 쏠리게 되면 훈련에 집중할 수도 없다. 이런 까닭에 선수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피해를 고발하기가 쉽지 않다.

여준형 대표는 “피해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최대한 설득해서 기자회견을 열도록 할 것이다. 만약 선수가 나서기 힘들다면 선수 없이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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