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한체육회가 체육계의 가혹행위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체육회는 “지난 15일 개최된 제22차 이사회에서 결의한 ‘체육계 가혹행위 및 (성)폭력 근절 실행대책’을 즉시 이행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고 21일 밝혔다.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는 임번장 서울대 명예교수(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를 위촉했고, 혁신위원회 안 4개 분야별 소위원회(조사, 제도개선, 인권보호 및 교육, 선수촌 혁신)를 구성했다. 외부 전문가로 이뤄지는 소위원회 위원은 소위원회별 위원장이 직접 추천하게 된다.
최종덕 전 서초경찰서장이 조사를 담당하는 1소위 위원장을 맡았고, 성폭력·가정폭력 상담 지원단체인 서울해바라기센터의 박혜영 부소장이 3소위(인권보호 및 교육)를 맡게 됐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선수촌 혁신을 담당하는 3소위 위원장을 맡았으며, 합숙훈련과 도제식 육성 등 현재의 선수육성 시스템 전반을 검토하는 2소위(제도개선) 위원장은 아직 미정이다.
제1소위 조사위원회는 우선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폭력·성폭력 등의 비위를 포함해 파벌, 승부조작, 회계 등 모든 사안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빙상연맹은 1997년 박성인 삼성스포츠단 단장이 회장으로 부임하며 삼성이 회장사를 맡게 된 뒤 21년 동안 220억원 가량을 지원해오며 겨울올림픽에서 수많은 메달을 획득해 효자종목으로 불렸지만 코치와 선수, 선배와 후배 사이에 파벌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성폭력 사건과 이를 은폐하려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빙상연맹은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를 거쳐 지난해 9월에는 체육회 관리단체가 됐다.
체육회는 산하단체에 비위문제가 발생되더라도 정관과 규정의 제약으로 직접 처벌할 수 없었던 시스템을 개선해 스포츠 4대악(조직사유화, 승부조작, 입시비리, 성폭력)의 경우 체육회가 직접 개입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 언론 보도로 드러난 여고생 세팍타크로 선수들을 성추행한 감독, 성추행 논란을 자초한 전 대한태권도협회 이사, 고교 선수를 성폭행한 정구 코치는 물론 추가 폭로 사건의 가해자는 법원의 판결과 별도로 체육계에서 즉각 영구추방된다.
체육회는 이밖에 스포츠공정위의 ‘중대한 성추행’의 징계 양정기준을 기존의 ‘5년 이상 자격정지 또는 영구제명’에서 ‘영구제명’으로 강화한다.
한편, 체육회는 이날 국가대표선수촌 신임 부총장에 정성숙 교수(용인대 경호학과)를 선임했다. 정성숙 신임 부촌장과 지난 16일 임명된 박금덕 훈련관리관과 함께 선수촌 훈련시설 안에 잠재적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선수·지도자 면담 등 선수 관리 및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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