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코치가 되고 싶어요.”
국내 실업 강호 대명 킬러웨일즈의 사상 첫 여자 코치로 영입된 신소정(30) 지도자의 목소리는 밝았다. 10일 처음 출근해 11일 둘째 날 훈련에도 합류한 그는 전화 통화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이 기분 좋다”고 말했다.
2018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주전 수문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신소정. 그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아이스하키에서 남녀 성구분이 깨졌기 때문이다. 또 여자 후배들은 희망을 갖게 됐다. 이와 관련해 대명 구단은 “신 코치는 경험이 풍부하다. 성별 구분을 떠나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틱을 잡은 그는 2학년 때부터 골리 ‘외길’을 달려왔다. 2003년부터 16년간 한국 여자대표팀 주전 수문장을 맡아왔다. 특히 2018 평창올림픽 5-8위 순위 결정전 1라운드에서 세계 6위 스위스를 상대로 53개의 슈팅 중 51개를 막아내 세이브 성공률 96.23%를 기록했다. 그는 “평창은 나의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이 이뤄진 공간이었다. 단일팀으로 국민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신소정 코치는 관찰자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할 것이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장단점 등을 얘기하면서 선수들의 케미를 맞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이 캐나다로 유학해 선진 하키를 배웠고, 2018년 은퇴 뒤에는 모교인 캐나다 세인트 프란시스 자비에르 대학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노하우도 갖췄다.
물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령탑 출신인 케빈 콘스탄틴 대명 감독의 철학에도 부응해야 한다. 신 코치는 “콘스탄틴 감독은 워낙 디테일에 강한 지도자다. 저도 디테일하게 분석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팀 전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명의 골리는 박계훈, 이연승, 이창민 등 세 명. 더구나 남자 아이스하키의 파워는 여자보다 월등히 크다. 이에 대해 신 코치는 “골리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상관이 없다. 꼭 가르친다기보다 외부에서 관찰하고, 연습 때나 경기 중 순간순간 조언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경기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한국과 일본, 러시아팀의 격전장인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무대에서 ‘토종 골리’로만 승부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다. 국내 라이벌팀인 안양 한라는 특급 외국인 골리인 맷 달튼이 건재하다. 특히 아이스하키에서 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70%에 이른다고 얘기되고 있다. 신 코치는 “시즌을 치르면서 외국인 골리들과의 격차를 좁혀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실전 무대는 10월 예정된 국내 실업팀 리그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리그의 경우 9월1일 시즌 일정이 나오는데,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신 코치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다. 저의 열정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준 대명에 감사드린다”며 “콘스탄틴 감독, 김범진 코치와 함께 대명을 강팀으로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신소정 코치. 대명 킬러웨일즈 인스타그램 갈무리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수문장 신소영. 대명 킬러웨일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