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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벤저스’도 인정한 수비의 신 임명옥…‘실력으로 세월 튕겨내요’

등록 2021-01-29 06:59수정 2021-01-29 07:37

[‘찐’한 인터뷰] 한국도로공사 리베로 임명옥

프로배구 16년 뛴 35살 베테랑
디그·리시브효율 등 수비 3관왕
5년 만에 올스타 ‘제2의 전성기’
상대팀 팬들도 “정말 잘해”

나이 고민하는 선수들 안타까워
40대까지 코트서 활약이 목표
김연경과 도쿄올림픽 뛰고파
나중엔 코치·방송해설에도 도전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리베로 임명옥이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제공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리베로 임명옥이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배구단 제공

옥리베, 임리베, 임수비, 명옥신…

프로배구 브이(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리베로 임명옥(34)의 별명이다. 배구팬들은 응원하는 팀에 상관없이 임명옥의 ‘수비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도로공사 경기가 열리는 날 배구 커뮤니티를 보면 상대 팀 팬도 “임리베가 수비는 정말 잘한다”는 글을 종종 올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재 임명옥은 수비종합(세트당 9.31개), 디그(세트당 5.87개), 리시브효율(57.31%) 수비 3관왕을 질주 중이다.

임명옥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5년 데뷔 뒤 잠시 공격수로 뛰다 바로 리베로로 전향한 그는 지난 시즌 리그 베스트7에 선정되고, 올해 5년 만에 올스타에 뽑히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리그 초반 6연패에 빠지며 최하위권이었던 팀은 어느덧 3위로 뛰어오르며 봄배구 안착을 시도 중이다. 이러한 배경에 임명옥의 활약이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인터뷰가 어려운 탓에 지난 21일 전화로 임명옥과 대화를 나눴다.

남 탓을 하지 않아요” 지난해 12월1일 도로공사는 7연패 위기를 맞았다.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서 먼저 2세트를 내주는 바람에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극적인 3-2 역전승을 일군 뒤 선수들은 코트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특히 외국인 공격수 켈시와 올 시즌 팀을 옮긴 세터 이고은의 눈물방울이 컸다. 그들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거린 선수는 임명옥이었다.

“또 졌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3세트를 이기면서 한 세트를 더 따고 싶더라고요. 선수들 고생이 많았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 임명옥은 “우리 팀 선수들은 남 탓을 하지 않아요. 내가 조금 더 하자는 말들을 많이 해요. 최근 성적의 원동력인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끈끈한 동지애가 도로공사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였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며 4위 기업은행과 승점 차를 4점으로 벌리자 팀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해야죠”라고 당차게 말한 임명옥은 “단기전 특성상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 있어 하는 것은 도로공사가 올 시즌 무적함대라 불리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 전적은 3승1패지만, 풀세트 접전이 두 번이나 있었다. 승리를 따낼 때는 3-0 셧아웃 승리였다. 최근 흥국생명 김연경이 “도로공사가 까다롭다. 수비가 좋다”고 인터뷰서 밝힐 정도다.

임명옥은 “흥국생명이 강팀이긴 하지만 (이)재영이와 (김)연경이에게 공격이 집중돼 오히려 수비가 편해요. 제가 선수들에게 블로킹 위치를 잡아주기도 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 재방송을 보면서 공격 패턴을 연구하는 등 분석도 치밀하게 한다.

“봄배구 나가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자신감이 넘쳤다.

임명옥이 27일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같은 팀 공격수 박정아(왼쪽)에게 볼로킹 위치를 잡아주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임명옥이 27일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같은 팀 공격수 박정아(왼쪽)에게 볼로킹 위치를 잡아주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연경이와 올림픽 나가고 싶어” 임명옥은 프로리그에서 16년을 뛴 현역 최고참 가운데 한 명이자, 수비 분야에선 이미 금자탑을 쌓고 있다. 역대 통산 출전 경기 수 2위(481경기)인 임명옥은 리시브 정확 1위(5452개), 디그 2위(8972개), 수비 성공 2위(1만4424개) 등 현재 리그 선수 가운데 ‘원 톱’이다. 흥국생명에서 은퇴한 김해란이 유일하게 앞에 있다.

그에겐 최근 ‘최리’(최고의 리베로)라는 새로운 별명이 추가됐다. 같은 팀 문정원이 붙여줬다. 임명옥의 수비 노하우는 무엇일까. “배구에서 디그는 아무나 시키면 하지만 리시브는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팔이 얇고 길기도 하지만, 리시브 감각이 좋아 자신감이 있어요.” 어린 선수시절부터 그렇게 리시브 연습을 하는 게 좋았다고 하는 그는 타고난 리베로다.

올 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바로 올림픽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 경험이 전부다. 임명옥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꼭 뛰어보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올림픽 대표로 뽑히지 못했을 땐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올림픽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 대회는 기대가 생겨요. 기대를 안 한다면 거짓말이죠.”

그는 “국가대표로 뽑히게 되면 주전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금 여자 배구는 ‘김연경 시대’에요. ‘김연경 시대’ 마지막 올림픽을 연경이와 함께 나가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는 나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 요즘 임명옥의 활약을 두고 팬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얘기를 한다.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 배구 선수로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비결은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지난 시즌 무조건 베스트7에 선정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못하면 나이 얘기가 나올 게 뻔했거든요.” 이를 악문 결과, 목표인 리그 베스트7에 뽑혔다. “올 시즌은 그 탄력으로 좋은 성적이 나는 거 같아요”라며 겸손해 한 그는 “프로는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나이로 고민하는 선수들을 보면 안타까워요”라며 나이에 유독 민감한 여자 배구 분위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언젠가 코트를 떠나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우선 “4자(40대를 의미)를 찍을 때까진 하고 싶어요. 저 스스로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느끼기 전까진 코트에서 뛸 거예요”라고 힘주어 말한 뒤 “방송 해설에 도전해보고 싶고, 기회가 되면 코치도 해보고 싶어요”라고 계획을 밝혔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후배들 고민을 들어보면 저도 똑같이 했던 고민이에요. 시합을 많이 못 뛰니 불안한 거죠”라며 “견디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훈련 때 서브 하나에도 혼을 담아야 해요. 그래야 실전서 뛸 수 있는 거죠”라고 당부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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