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김한별(가운데)이 9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KB 스타즈의 경기에서 연장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큰 경기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실책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9일 열린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그랬다. 이날 용인 삼성생명은 안방에서 열린 청주 케이비(KB)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한별(19득점·7튄공잡기)의 종료 0.8초 전 역전 2점슛으로 84-83으로 이겼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이긴 삼성생명은 앞으로 1승만 더 챙기면 여자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4위팀이 챔피언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삼성생명이 경기력에서 앞서긴 했지만, 승리의 결정전 요인은 케이비의 실책이었다. 이날 케이비는 고비 때마다 실책이 나왔다. 가장 뼈아픈 것은 연장 막판에 나온 것이었다. 종료 20여초 전 83-82로 앞서고 있던 케이비는 상대의 실책으로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했다. 공격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 제한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기만 했어도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가드 심성영이 무리하게 골밑 돌파를 시도하다가 트레블링을 범했다. 프로 11년차 베테랑 가드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삼성생명은 이 기회를 해결사 김한별이 종료 직전 2점슛을 성공시켜 승리를 따냈다. 윤예빈이 21득점, 배혜윤이 18득점, 김보미가 14득점으로 승리를 도왔다. 케이비는 강아정이 23득점·7튄공잡기를 기록하고, 박지수가 20득점 16튄공잡기로 선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쿼터까지 62-50으로 여유있게 앞섰던 케이비는 4쿼터에서 실책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삼성생명 신이슬의 3점포로 66-61로 쫓기자 심성영의 패스 실책이 나왔다. 케이비는 이후 삼성생명에 잇따른 득점을 허용해 3분여를 남겨놓고 67-66으로 역전을 당했다. 4쿼터 막판 박지수의 활약으로 간신히 74-74 동점으로 끝냈다. 하지만 연장전에 마지막으로 웃은 팀은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은 공격 때 박지수를 밖으로 끌어낸 뒤 골밑을 공략하고, 수비 때는 상대가 공격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전술을 사용했다. 케이비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당했다.
2006년 여름 리그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삼성생명은 15년 만에 우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5전3승제 도입 후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 연승을 거둔 팀이 우승할 확률은 100%(총 12회)였다.
2패를 떠안은 케이비는 벼랑 끝에 몰렸다. 케이비는 안방에서 열리는 3, 4차전과 원정으로 치르는 5차전에서 모두 이겨야 우승할 수 있다. 3차전은 11일 오후 7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린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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