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아프리카 프릭스 ‘레오’ 한겨레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팀 숙소에서 14일 자 한겨레신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프리카 프릭스의 ‘레오’ 한겨레(21)는 ‘페이커’ 이상혁이 있던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페이커 이상혁은 이미 농구의 마이클 조던, 축구의 리오넬 메시와 비견되는 세계적인 이(e)스포츠 스타다. 아버지가 “겨레를 위해 큰일을 하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어주셨다는 한겨레. 그는 최고의 선수를 옆에서 바라보며, 겨레는 물론 세계에서 손꼽는 선수가 되기를 꿈꿨다. 미드라이너에 페이커 이상혁이 있듯이, 원딜러에는 레오 한겨레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한다.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한겨레를 14일 디스코드로 인터뷰했다.
“판이 깔리면, 싹 쓸어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올 시즌 아프리카 프릭스로 이적한 한겨레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한겨레는 ‘비운의 원딜러’로 꼽힌다. 2018년 에스케이(SK)텔레콤 티원에서 데뷔하며 기대를 받았지만 세계 최강의 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경기에 뛰기 위해 샌드박스 게이밍으로 이적했으나 기대 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지난 4월 아프리카 프릭스로 이적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3년 차면 이스포츠에선 중견 선수로 꼽히는 만큼 절박함도 느껴졌지만, 새로운 팀에서 훈련을 거듭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듯 보였다.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한겨레는 지난 시즌 부진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소극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최근에 공격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하는데 깔끔하게 잘 풀린다. 예전에는 애매하다 싶으면 안전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바로바로 붙어보고 승리하는 경험이 쌓이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롤은 피지컬이 아니라 판단력이 중요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둑처럼 심리전이 필요한 두뇌 싸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실전 경험과 훈련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은 듯 했다. 뛰어난 피지컬에 비해 과감한 판단력이 아쉽다는 그간의 지적에 대해 깊이 고민한 모습이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아프리카 프릭스 레오 한겨레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팀 숙소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는 성실함이 강점인 선수다. 본인 스스로는 “나태해질 때가 있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간 한겨레를 지도한 지도자와 주변 선수들이 입을 모아 성실함을 칭찬한다. 장누리 아프리카 프릭스 감독은 “짧은 주말 휴가에도 솔로 랭크에 매진할 정도로 굉장히 성실하고 의욕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 부진 중에도 “해야 할 일을 찾으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한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정신력도 강하다. 장시간 훈련 뒤에도 매일밤 스트레칭과 팔굽혀펴기, 스쿼트를 하고 나서야 잠이 든다고 했다.
개인방송을 통해 겸손한 모습이 부각된 데다 성실함이 강점으로 꼽히다 보니 ‘모범생’ 이미지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자리 잡은 건 실은 승리를 향한 본능이다. 한겨레는 롤의 매력으로 “상대방을 이겼을 때 기분 좋고, 지고 있다가 역전할 때 두배로 재밌는 점”을 꼽았는데, 패배의 위기 때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갈망하는 승부사의 모습이 엿보였다. 경기 내에서의 승부욕이, 부진에도 굴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매진하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한겨레는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자신 있다. 스스로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열망이 느껴졌다. 한겨레의 역전승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