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만화 주인공 같은 ‘포스’를 내뿜는다. 행보 하나하나가 새로운 역사가 된다. 올 시즌 고졸 사상 최초로 한국프로농구(KBL) 정규리그 최우수선수를 차지한 송교창(전주KCC·25) 이야기다. 데뷔 5년 만에 리그 최고 선수 자리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고 돌아볼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최근 소속팀과 5년 재계약을 한 그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지난 시즌 송교창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99표(유효표 107표)를 얻어 최우수선수로 꼽혔는데, 사실상 몰표에 가까웠다. 그만큼 압도적인 활약이었다. 비록 팀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제러드 설린저(29)의 활약에 밀려 안양 케이지시(KGC)에 우승을 내줬지만, 개인 성적만 봐서는 만족스러운 시즌이 아니었을까 짐작한 이유다.
그러나 송교창은 “만족했던 시즌은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못 보여드려 아쉬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아쉬웠느냐는 물음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쳤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을뿐만 아니라 선수로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송교창은 지난 시즌 리그 득점 12위(평균 15.1점)를 기록했다.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한 것에 대한 회한도 있다. 송교창은 “최우수선수를 받은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 기세를 잘 이어가서 파이널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정말 안타까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오른쪽 발가락 부상으로 일부 경기에서 결장하는 등 제 실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부상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시즌이 끝난 뒤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재활에 집중”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송교창과 전창진 전주 케이씨씨(KCC) 감독. KBL 제공
시즌이 끝난 뒤 송교창은 소속팀 케이씨씨와 5년 재계약을 했다. 스스로는 “사실상 종신 계약”이라고 평했다. 고졸로 프로에 입문해 나이가 어렸고,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만큼 이런저런 추측이 나왔지만 그의 선택은 소속팀과의 계약이었다.
재계약 이유에 대해 그는 “케이씨씨가 저에게 가장 잘 맞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사실 송교창이 프로에 입문할 때만 하더라도, 고졸 출신이 바로 프로에 입문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어린 나이에 프로 경력을 시작할 수 있다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송교창은 그럼에도 자신을 믿고 뽑아 성장시켜준 팀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
송교창은 일명 “만찢남”이라고 불린다.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뜻인데, 특히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서태웅과 많이 비교된다. 초기에는 플레이스타일이 닮았다는 점에서 팬들 입길에 오르내렸고, 최근에는 둘 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농구 천재’라는 점에서 많이 회자된다. 전창진 케이씨씨 감독도 “항상 성실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선수라서, 앞으로의 미래가 더 밝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프로 데뷔 5년 차에 25살. 자신도 “슬램덩크를 어릴 때부터 즐겨봤고, 서태웅이 멋있다고 생각했다”는 송교창이 써내려갈 ‘교창덩크’는 이제 막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