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메인프레스센터(MPC)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규칙이 전시돼있다. 도쿄/AP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외적인 요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방역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많다. 연일 언론에서 ‘코로나 올림픽’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최근 한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도쿄에서 올림픽 취재를 하다 보면 한국 시민들의 방역 의식이 정말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여러번 깨닫는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이 전 세계 스포츠 축제가 열리는 이곳, 도쿄에서 시시때때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철저한 방역을 강조했지만, 일본 현지에 도착해 처음 목격한 장면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수하물을 내리는 공항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조직위가 마련한 방역 택시를 이용해 호텔로 이동했지만, 정작 택시 기사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나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말을 걸면, 마스크를 내리고 답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기사를 통해 연일 방역 우려를 쏟아내는 해외 취재진도 문제다. 도쿄 메인프레스센터(MPC)에는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외신 기자들이 꽤 눈에 띈다. 코를 가리지 않는 등의 부적절한 착용은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방역 지침을 어겨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21일 조직위원회에 “위험을 느낀다. 상시로 감독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상부에 전달하겠다”는 말뿐이었다.
일본 내에서는 해외 방문객들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야외에서 술을 먹는 모습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선수들과 달리 취재진 등은 도착 뒤 2주 후부터 사실상 현지인들과 자유로운 접촉이 가능하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현지에서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인터뷰를 한 다카세 유리(27)는 이들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지금 호텔에서 격리중’이라는 이야기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조금 우습지만, 방역 수칙을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이 21일 메인프레스센터(MPC) 내부 기자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일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30분 간 기자실을 관찰해본 결과 10명 이상의 기자들이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올바로 쓰지 않은 경우는 세기 힘들 정도였다. 한 외신 기자는 카메라를 들이밀자 곧바로 마스크를 쓰더니 달려와, “실수로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 혹시 사진을 찍었다면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20분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일행과 대화 중이었다. 이준희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조직위에 있다. 조직위는 형식적인 제스처만 취할 것이 아니라, 경기장과 메인프레스센터 내부의 마스크 착용 같은 기본적인 문제부터 챙겨야 한다. “마스크를 올바로 써달라”는 말조차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안전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회가 시작되면 취재진은 선수들과 접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선수가 올림픽 개최 여부에 마음 졸여가면서 긴 시간을 땀 흘려 준비한 대회다. 무엇보다 대회가 끝나면 취재진 등은 집으로 돌아가지만, 약 1억3000만명의 일본인들은 이곳에 남아 삶을 이어가야 한다.
20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기존 올림픽 모토에 ‘다 함께’(Together)라는 말이 추가됐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는 것만으로도 올림픽 모토를 구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취재진 또한 올림픽 참가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스크는 코까지 가려야 제대로 쓰는 겁니다. 제발”이라는 말을 외치려다가 참기에 하는 말이다.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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