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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양궁장, 욱일기 없을 야구장…뜻밖의 호재 된 ‘무관중’

등록 2021-07-26 17:45수정 2021-07-27 02:05

관중이 ‘적’인 양궁, 기량 발휘할 환경 조성돼
야구 한일전 성사돼도 ‘욱일기’ 볼 일 없어져
25일 2020 도쿄올림픽 유도 경기가 펼쳐진 일본 지요다구 일본부도칸(무도관)에서 조직위 의료 관계자들이 세정액으로 경기 매트를 닦으며 소독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5일 2020 도쿄올림픽 유도 경기가 펼쳐진 일본 지요다구 일본부도칸(무도관)에서 조직위 의료 관계자들이 세정액으로 경기 매트를 닦으며 소독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2020 도쿄올림픽을 놓고 올림픽 사상 최초로 ‘무관중 경기’ 조처를 결정한 가운데 대한민국 ‘효자 종목’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96%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역대 올림픽에서 양궁은 상대 선수가 아닌 관중이 ‘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인 양궁 경기를 보면, 한국 선수들은 관중의 야유와 방해에 시달리면서 경기에 임해야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중국인으로 가득 찬 응원석에선 ‘워~’ 하는 괴성 또는 호각 소리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당시 양궁 여자 개인 결승에서 중국 선수와 맞붙어 1점 차(109-110)로 패배한 박성현(은퇴)은 경기 뒤 “(중국 응원단이 내는) 소리에 개의치 않고 쏘려고 했지만 조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컨트롤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한국 양궁 선수들은 관중의 집중적인 방해를 이겨내고 여자 개인전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가 외국 선수에 견줘 실력 차가 월등하다 보니, 전세계에서 온 관중은 ‘최강자’ 한국 선수들과 맞붙은 상대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응원해왔다. 한국 양궁 선수들은 매번 올림픽을 앞두고 소음 공해를 대비한 특별훈련을 진행해왔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관중’이라는 걸림돌에 방해받지 않고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환경이 조성됐다.

일본 관중의 일방적인 홈 응원전이 예상됐던 야구도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면서 한국 선수들이 맞수전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은 B조에 속해 오는 29일 이스라엘, 31일 미국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와 함께 A조에 속한 일본과 한국이 모두 조 1위로 조별리그를 마치게 된다면, 두 나라는 8월2일 저녁 7시 준결승 티켓을 놓고 만나게 된다. 일본 관중들은 매번 국제경기에서 욱일기 등을 동원해 한국 선수들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조성해왔지만, ‘무관중 경기’ 조처로 야구 한일전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2008 베이징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일본을 넘고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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