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림(왼쪽 두 번째)이 26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오노 쇼헤이의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유도가 사상 최고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7월31일 혼성 단체전을 끝으로 2020 도쿄올림픽 유도 전 종목 경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일본은 유도에서만 12개의 메달(금 9, 은 2, 동1)을 쓸어담았다. 당초 목표였던 ‘전 종목 금메달 획득’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총 15개(남자 7·여자 7·혼성 1) 세부 종목 중 12종목에서 전부 메달을 따내며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8월1일 기준 일본이 얻은 금메달이 17개인 점을 고려하면, 유도가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유도는 일본인들이 이번 대회 들어 야구와 함께 가장 주목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였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매(아베 유타 52㎏급, 아베 히후미 66㎏급)가 함께 금메달을 딴 종목이기도 하다. 특히 남자 부문에서는 90㎏급과 무제한급을 제외한 다섯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이 중 73㎏급에 출전한 오노 쇼헤이(29)는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유도 선수 중 유일하게 2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부문에서는 63㎏급을 제외한 6개 종목에서 5개의 메달(금 4, 은1, 동1)을 따냈다.
일본의 오누이 유도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같은 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은 7월26일 자 보도를 통해 남자 유도의 아베 히후미, 여자 유도 아베 우타의 동반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요미우리(위)·아사히(왼쪽)·산케이. 도쿄/연합뉴스
유도는 1964 도쿄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1968 멕시코시티 대회 때는 정식종목에서 빠졌지만, 1972 뮌헨 대회에서부터 지금껏 올림픽 종목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종주국인 일본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매번 기대하던 성적을 얻진 못했다. 2012 런던 대회에서는 48년 만에 ‘노골드’에 그쳤다. 절치부심해 2016 리우 대회 때는 남자 선수들이 출전한 모든 체급에서 금 2, 은1, 동4 등 총 7개의 메달을 쓸어담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역대 최고 성적을 낸 배경을 놓고 ‘정책적 지원’과 ‘두꺼운 선수층’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강동영 대한유도회 사무처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도쿄올림픽이 확정된 뒤부터 일본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밀어붙인 게 결과로 드러났다. 일본은 국제대회 파견을 갈 때 선수 한 명 당 소속팀 지도자까지 같이 파견을 보냈고 매번 대회 때마다 정보 분석팀을 보내 비디오 자료를 모았다”며 “그런 모든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자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만큼 선수들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금호연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은 “일본과 한국의 유도 선수층은 하늘과 땅 차이다. 대한민국에서 남녀 통틀어 유도 선수가 100명 정도 되는 학교는 용인대 하나다. 일본은 남자 선수만 100명이 넘는 학교가 전국에 53개나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1인 1기’라고 해서 고등학교에서 유도나 검도를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검도는 호구 등 장비를 구매해야 하지만, 유도는 도복만 있으면 가능하니, 대부분의 학생이 유도를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조구함 100㎏급), 동메달 2개(안창림 73㎏급, 안바울 66㎏급)를 따내며 유도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7월29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 kg급 결승 경기에서 한국 조구함이 일본 에런 울프를 상대로 패한 뒤 울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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