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수가 3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무함마드 사이드(이집트)와 경기를 하고 있다. 지바/연합뉴스
5년의 기다림. 하지만 첫판에서 졌다.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동갑내기 친구와 후배를 생각하니 더 눈물이 쏟아졌다. 류한수(33)는 “진짜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한국 레슬링 대표팀 ‘맏형’ 류한수는 3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무함마드 사이드(이집트)와의 경기에서 6-7로 졌다. 류한수는 경기 뒤 한동안 눈물을 쏟아낸 뒤 “이번이 내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다. 그래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경기 초반에 대량 실점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고 했다. 그는 이어 “후배들과 약속한 게 있는데,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류한수에 앞서 남자 130㎏급 김민석(28)도 16강전 첫 경기(1일)에서 떨어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류한수와 김민석 둘만 출전했다. 2012 런던(금메달), 2016 리우(동메달) 대회 때 연속 메달을 땄던 김현우도 출전권을 못 땄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레슬링 대표팀은 지난 3월 아시아 쿼터 대회가 열린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50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가 무려 3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치료와 격리로 훈련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5월 세계 쿼터 대회(불가리아 소피아)에 앞서서도 무더기로 확진자(18명)가 나왔다. 김현우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결국 대표팀은 이때 단 한 장의 출전권도 따내지 못하면서 두명만 올림픽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 레슬링이 역대 최소 선수단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국은 2012 런던 때는 9명, 2016 리우 때는 5명의 선수를 파견했었다. 류한수와 김민석은 현지에서 연습 파트너도 없이 대회를 준비해왔다.
한국 레슬링은 그동안 1976 몬트리올올림픽 때 양정모가 한국 스포츠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기는 등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 등 36개 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976년 이후 45년 만에 어느 누구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16강전에서 류한수에게 패배를 안겨준 사이드가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패자부활전 기회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리우 때도 8강에서 고배를 마셨던 류한수는 “훌륭한 후배들이 많으니, 나의 올림픽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려 한다. 부디 후배들이 한을 풀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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