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도쿄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승 경기. 한국 우하람이 6차 시기 마지막 다이빙 연기를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메달 대신 ‘한국 신기록’이라는 귀한 선물을 안고 귀국한 선수들이 많았다. 특히 신체적 능력·기량이 절정을 향해가는 엠제트(MZ·1980~2000년대 출생) 세대가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성과를 내 다음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다이빙의 간판’인 우하람(23)은 3일 열린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 진출해 합계 481.85점을 받아 12명 중 4위에 올랐다. 우하람은 한국 다이빙 사상 3m 스프링보드 종목에서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해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황선우(18)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 진출해 47초82의 기록으로 5위에 올라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시아 선수의 ‘남자 자유형 100m 5위’는 스즈키 히로시(일본)가 1952 헬싱키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로 69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앞서 황선우는 준결승에서는 47초56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남자 배영 200m 예선에서는 이주호가 1분56초77의 기록으로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육상에서는 우상혁(25)이 한국 높이뛰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우상혁은 높이뛰기 선수로는 다소 작은 키(1m88)와 양발의 크기가 1㎝ 차이가 나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결선에서 2m35를 넘어 1997년 이진택이 세운 한국 신기록(2m34)을 경신했다.
하지민이 지난 1일 일본 가나가와현 에노시마 요트 경기장에서 열린 요트 레이저급 메달 레이스에서 선두권에 포함돼 물살을 가르고 있다. 한국방송 누리집 갈무리
‘포스트 장미란’으로 꼽히는 신예 이선미(21)도 여자 역도 최중량급 경기에서 합계 277㎏(인상 125㎏, 용상 152㎏)을 들어 올리며 4위에 등극했다. 2018년 장미란의 주니어 기록을 15년 만에 갈아치운 이선미는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3위(세라 로블스·282㎏)와 단 5㎏ 차이로 메달을 놓쳤지만,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2024 파리 대회를 기약하게 됐다.
이 밖에 하지민(32)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요트 레이저급 메달 레이스에 진출해 5위를 기록했고 종합 7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요트 종목에서 10위 안에 든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하지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레이저에서 금메달을 따내 2010 광저우 대회와 2014 인천 대회에 이어 3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체육계는 ‘한국 신기록’이 엠제트 세대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철원 연세대 교수(스포츠응용산업학과)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특정 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거나 자원이 많다고 해서 신기록이 나오진 않는다. 스포츠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데, 스포츠를 즐기려는 엠제트 세대의 문화가 신기록의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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